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위워크 서울역점에서 열린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벤처지주회사 설립 요건 낮아지자
재계는 CVC 규제 완화까지 요구
전문가 “지금도 상당한 혜택
M&A 유망한 매물 없어 부진”

카카오는 2015년 ‘국민 내비게이션‘ 김기사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록앤올을 626억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이후 우리나라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사 들이는 ‘제2의 김기사’는 나오지 않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이 인수ㆍ합병(M&A)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비중은 3.1%(2016년)에 불과하다. 미국은 89%다. 대기업이 벤처시장에 적극 뛰어들지 않자 ‘투자→성장→기업공개나 M&A 등을 통한 회수→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도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일 이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벤처지주회사 설립요건을 5,0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낮추고, 벤처지주회사가 인수한 벤처기업에 대해선 대기업 규제를 10년간 면제해주는 방안을 발표했다. 각종 혜택을 줄 테니 그룹 내 ‘벤처전문조직’을 만들어 미래 먹거리 인수에 적극 나서라는 취지다.

그러나 이후 재계는 “기업벤처캐피탈(CVC) 규제 완화가 빠져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CVC는 모(母)그룹과 시너지를 내는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카카오 자금에 금융기관 돈을 더해 펀드를 조성한 후 카카오와 시너지가 기대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카카오벤처스가 대표적이다. 그 동안 재계와 벤처업계는 “지주회사도 CVC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해왔다. 지금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주사는 금융사인 CVC를 계열사로 둘 수 없다. 이 같은 요구가 반영되지 않자 “벤처지주회사론 벤처투자 활성화가 어렵다”고 주장한 셈이다.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먼저 CVC 규제를 풀어도 혜택을 보는 기업은 롯데(롯데엑셀러레이터)와 SK디스커버리(인터베스트)뿐이다. 최근 지주회사로 전환한 두 곳 모두 내년 말까지 CVC를 매각하거나, 지주사 체제 밖으로 빼야 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주사에) CVC 허용 시 소수 대기업 특혜 논란이 있다”고 밝힌 배경이다. 당장 규제완화의 실익도 크지 않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들 그룹의 CVC 보유가 불법에서 합법이 되는 것일 뿐, 규제가 풀린다고 CVC가 더 생기거나 투자가 늘어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도 “지주사 체제가 아닌 대기업들은 CVC 이슈와 크게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벤처투자, 포스코기술투자, 네오플럭스(두산) 등 대기업 계열 CVC가 다수 운영 중이다.

이번 대책으로 벤처지주회사와 CVC간 제도상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는 의견도 많다. 정부는 설립요건 완화 및 대기업 규제 유예와 더불어, 벤처지주회사의 벤처기업 주식 보유ㆍ매각에 따른 배당수익과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CVC와 동일한 세제 혜택이다. 재계 관계자도 “CVC는 외부 자금도 끌어올 수 있고, 벤처기업 지분 매입 시 지분율 요건(벤처지주회사는 20%)도 없어 벤처지주회사에 비해 가볍고 유연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 CVC를 전면 허용하는 게 맞지만 지금 단계에선 벤처지주회사 혜택도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기업이 벤처기업 M&A에 나서지 않은 것이 정말 규제 때문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한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눈독 들일 만한 매물이 많지 않은 게 문제”라며 “정말 유망하면 대기업은 벤처지주회사든 계열사든, CVC든 상관 없이 적극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