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구슬땀’ 지하철 청소노동자
토사물 치우고… 오물 닦아내고
3시간 만에 6명이 역사 전역 청소
“매일 찜질방서 땀 빼는 기분이지만
출근할 수 있는 일터 있어 행복”
[저작권 한국일보]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지하철 7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만난 청소노동자들. 이혜미 기자

‘철컹’ 소리에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는 지하철역 계단이 철제 셔터문으로 막힌다. 모든 승객이 빠져나가고 지하철 역사(驛舍) 내 전기도 끊기는 매일 오전 1시, 이들에겐 작업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 같다.

지난달 27일 새벽 서울 서초구 7호선 고속터미널역. 비상 동력으로 운용되는 어스름한 조명 아래에서 파란 유니폼의 청소 노동자 6명이 한 팀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밖은 섭씨 29도까지 떨어졌지만 달궈진 땅 아래는 36도에 육박했다. 환기가 되지 않는데다 습기가 더해져 습식사우나를 방불케 했지만 이들에겐 피할 수 없는 작업환경이다. 이마에 구슬 같은 땀방울이 맺힌 9년 경력의 최종춘(62)씨는 “덥다고 하면 뭐가 달라지냐”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들 청소노동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3시간. 25m 길이 수도 호스로 역사 내 사방에 물을 뿌리는 일부터 청소는 시작된다. 취객이 많은 금요일이라 여기저기 토사물이다. 팀의 막내인 추성숙(52)씨는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토사물을 세 곳이나 치웠다.

올록볼록한 틈새에 오물이 덕지덕지 붙은 시각장애인 점자블록 청소는 배로 어렵다. 출근을 서두르는 누군가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밀대 걸레로 모든 물기를 제거해야만 청소는 끝이 난다.

이날 6명이 청소한 면적은 4,072㎡(약 1,232평). 새벽 첫 차 출발 시간이 다가오면서 손길은 더 바빠졌다. 이마에 두건을 두른 7년 경력 박명숙(58)씨는 “매일 찜질방에서 땀을 빼는 기분”이라 말했다. 땀에 절여지다시피 할 정도지만, 작업을 마친 후 씻을 샤워시설조차 없다. 박씨는 “집에 갈 때 승객들이 불쾌할까 봐 걱정”이라며 말 끝을 흐렸다. 밤낮 바뀐 생활을 수 년째 했지만, 폭염 기간엔 더 적응이 되지 않는다. 열대야 기준(25도)보다 훨씬 높은 한낮(35~38도)에 숙면을 취하기는 쉽지 않은 터. 6명 중 4명이 “하루에 4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한다”며 수면장애를 토로했다.

그래도 이들은 “출근할 수 있는 일터가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수년 전엔 용역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이었지만, 2013년 서울교통공사 자회사에 직접 고용되면서 처우도 개선되고 만 65세 정년도 보장됐다. 5~8호선 청소를 담당하는 서울교통공사그린환경 청소노동자는 1,612명, 평균 연령은 59세다.

“언니들, 오늘도 고생 많았어예.” 오전 4시, 막내 추씨의 외침에 3시간 내내 굽혔던 허리를 폈다. 파란 유니폼은 흠뻑 땀에 젖어 짙은 남색이 됐다. 올해 정년인 김다복(65)씨는 “우리 같은 사람이 있어야 다들 상쾌한 마음으로 출근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오전 5시 40분, 모두가 잠든 사이 아무도 모르게 지하철역을 청소한 이들은 출근하는 첫 차 승객들 사이에 섞여 집으로 돌아갔다.

[저작권 한국일보]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7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만난 청소노동자들. 이혜미 기자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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