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스토리(22)] 대만 왕위안쥔 8단, 국수산맥배 준우승 차지
김지석 9단, 박영훈 9단, 판인 7단 등 쟁쟁한 상대 잇따라 제압
대만 출신 쉬자위안, 기성전 결승서 일본 7대 기전 독식해 온 이야마 유타 9단 격파
인공지능(AI) 학습 효과…프로바둑 활성화 되면 대만 급성장 전망
왕위안쥔(오른쪽 첫번째) 8단이 지난 달 30일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리조트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5회 전라남도 국수산맥 국제프로바둑대회’에서 박정환 9단과 결승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세계 바둑계의 중심은 한ㆍ중ㆍ일, 3국이다. 10년 넘게 굵직한 주요 국제 대회 우승컵의 주인공은 물론이고 결승전도 3국 선수들이 맞붙었다. 그랬던 세계 바둑계에 변화가 엿보이고 있다. 조짐은 지난 달 30일 끝난 ‘제5회 전라남도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우승상금 5,000만원)에서 감지됐다. 이 대회 우승은 세계 랭킹 1위인 우리나라의 박정환(25) 9단에게 돌아갔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결승에 오른 대만의 왕위안쥔(22) 8단에게 쏠렸다. 초일류급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 종합기전은 아니었지만 한(8명)ㆍ중(3명)ㆍ일(3명) 3개국에서 실력파 기사들이 참가한 대회여서 주목을 받기엔 충분했다. 특히 왕위안쥔 8단은 세계 대회 우승 경력자인 한국의 박영훈(33) 9단과 김지석(29) 9단,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이세돌(35) 9단을 꺾은 중국의 판인(21) 7단까지 잇따라 꺾으면서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대만 프로바둑 기사가 남ㆍ녀 통합 국제대회 결승에 진출한 건 지난 2007년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우승을 차지한 저우쥔쉰(38) 9단 이후 처음이다.

이번 국수산맥 대회에 나섰던 왕위안쥔 8단의 성적에 이목이 집중되는 건, 바둑 내용이 질적으로 향상됐다는 분석에서다. 바둑TV에서 국수산맥 대회를 해설한 이현욱(38) 8단은 “왕위안쥔 8단의 바둑은 힘이 있고 공격적인 데다, 전투가 벌어졌을 때도 상대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며 “왕 8단이 결승전에 진출한 건 운이 아니라 실력이었다”고 평가했다. 왕위안쥔 8단의 상대였던 김지석 9단은 전투에서, 박영훈 9단은 계산 능력에서 각각 초일류급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또 다른 바둑TV 해설위원인 김만수(41) 8단은 “이벤트 성격의 국제대회에서 대만 선수들은 구색을 맞추기 위해 초청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 보니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며 “아무래도 최근 바둑계의 화두인 인공지능(AI)의 학습 효과가 대만 바둑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헤이자자 7단이 지난 달 30일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리조트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5회 전라남도 국수산맥 국제프로바둑대회’에서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이번 국수산맥배에 대만 여자 대표로 출전한 헤이자자(24) 7단 또한 눈 여겨 볼 선수다. 헤이자자 7단은 이번 대회에서 중국 왕레이 8단과 페어대국에 출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헤이자자 7단은 지난해 6월 중국에서 열렸던 AI 페어바둑 대회에 대만국립교통대 AI인 CGI와 함께 출전, 한국 AI인 돌바람과 손잡고 나선 이창호(43) 9단에게 승리하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프로바둑에 대한 인식 부족 탓에 그 동안 대만 바둑은 한 수 아래로 평가 받아왔다. 하지만 대만 출신의 바둑기사들 가운데선 검증된 선수들도 적지 않다. 고국을 떠나 일본으로 건너가 지난 2005년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에서 우승한 장쉬(38) 9단을 포함해 일본 여류기성전 우승 5회 및 여류본인방전 우승 3회 등으로 일본의 대표 여류기사로 자리한 셰이민(29) 6단, 일본 신인왕전(2015년)에서 우승한 쉬자위안(21) 7단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쉬자위안 7단은 지난 3일 열린 ‘제43기 일본 기성전’(5번기, 우승상금 약 8,000만원) 결승 3차전에서 현재 일본 바둑의 절대지존으로 알려진 이야마 유타(29) 9단을 누르고 최종전적 3-0으로 타이틀 획득에 성공했다. 이로써 일본 내 7대 주요 기전 타이틀을 모두 독점해 온 이야마 유타 9단의 우승컵도 6개로 줄었다.

전문가들도 대만 바둑의 잠재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2000년대 중후반 대만에서 프로바둑 기사로 활동했던 유경민(37) 5단은 “바둑에 대한 대만 내 관심과 저변은 한ㆍ중ㆍ일 3개국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며 “교양 수준에 머물고 있는 대만의 바둑 인식이 프로바둑까지 확산되고 AI가 프로바둑 기사들에게 접목될 경우 세계 바둑계에 무시 못할 존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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