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의견수렴’ 명분 내세웠지만 결론 못내


신고리 때보다 숙의기간 반토막
4지선다형 대신 선호도 조사
숙의 과정서 선호도 차이 되레 줄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 발표 김영란(왼쪽)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수능 개편 방안에 대한 입장 차이가 첨예하기 때문에 공론화 과정을 통해 합리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난해 8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21학년도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며 내세운 명분이다. 교육부가 강조한 ‘민주적 의견수렴’에 따라 2022학년도로 미뤄진 대입개편의 공은 국가교육회의로 넘겨졌고, 이는 다시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로 넘어가 공론화가 시작됐다. 시민참여단 490명의 숙의와 각종 국민토론회 등 3개월여 공론화를 거쳐 3일 공개된 결과는 ‘확실한 결론 없음’이었다.

사실 공론화 시작 전부터 이런 우려는 팽배했다. 대입제도는 신고리 원전 공사 재개 여부처럼 찬반을 물어 결정할 수 없는 복합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공론화위가 4가지 의제를 공개하고 “각 의제가 완전히 배타적이지 않다”며 4지선다형 대신 선호도조사를 선택하면서 우려는 더욱 커졌다. 구조적으로도 모호한 답변이 나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조사는 시민참여단이 ▦전혀 지지하지 않는다(1점) ▦지지하지 않는다(2점) ▦보통이다(3점) ▦지지한다(4점) ▦매우 지지한다(5점) 중 하나를 고르면 그 점수에 평균을 내고, 4점과 5점 답변을 합해 지지도를 산출했다. 그렇게 1안(수능 45% 이상 확대)과 2안(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의 지지율은 52.5%와 48.1%, 점수는 3.40점과 3.27점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공론화위는 결국 어느 하나의 손을 들지 못했다. 당장 2022학년도에는 상대평가인 현행 수능을 확대하되 중장기적으로는 절대평가가 필요하단 의견이 우세하게 나오는 상충된 결론이 내려진 것도 이런 공론화 방식의 한계였다.

[저작권 한국일보] 김경진기자

시민참여단의 활동이 짧았던 것도 문제를 키웠다. 지난해 신고리 공론화위 시민참여단은 2개 선택지를 두고 33일간 숙의했지만, 이번 시민참여단은 그 절반에 불과한 16일 동안 4개 의제를 학습하고 숙의까지 마쳐야 했다. 실제 2차 숙의 마지막날인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시민참여단 김태웅(39)씨는 “자료집과 온라인 강의로 2주간 공부하긴 했지만 주경야독이 쉽지 않아 사실상 2차 숙의토론기간인 2박 3일간 정부 정책을 숙지하고 결정한 셈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김영란 위원장은 3일 기자회견에서 “(답이)확연하게 나올 사안이었다면 공론화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사회 인적 구성을 반영한‘작은 대한민국’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지혜를 모으고 그 생각을 그대로 담은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시민참여단의 판단이 숙의를 통해 더 날카로워지거나, 대입관련 지식수준이 발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3차례의 공론조사를 거치며 시민참여단의 각 의제 선호도는 점차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1차 조사에서 1,4위 의제간 선호도 차이는 11.3%포인트였지만 3차 조사에서는 8.1%포인트로 줄어들었다. 현행 대입제도에 대한 배경지식을 묻는 ‘지식문항’정답률은 1차 조사때 48.6%에서 3차 조사 74.0%로 상승했지만 일부 문항에 대한 정답률은 3차 조사 때까지 40%를 넘지 못했다. 숙의 마지막날 시민참여단 김도혁(22)씨가 “마지막까지 의제를 이해 못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애당초 공론화는 정부의 의사결정을 대체하기 힘든 제도였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결국 정부는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반영하되 무엇이 더 공익에 부합하는지 신중히 판단해 결정하는 더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됐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송정근기자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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