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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인사이드] 애경, 제주항공 공격적 투자ㆍ실속 경영… 분기 매출 3000억 벽 넘어서

입력
2018.08.26 15:00
수정
2018.08.27 08:0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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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

‘황금알’ 면세사업 줄이면서도

항공기 추가ㆍIT시스템 투자 성공

장남 채형석, 경영 총괄 맡으며

수직계열 구축 신사업 발굴 주력

“괜히 항공산업에 뛰어들어서…”

2006년 처음 취항한 제주항공이 5년 넘게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자, 애경그룹 내부에서는 이런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화학 사업과 유통을 주축으로 하는 애경이 항공산업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부터 우려의 시각이 많았는데, 5년간 누적 적자가 700억원이 넘어가자 항공산업을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회사 안팎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당시 회사 경영을 책임지던 채형석(58)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제주항공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주축 사업 중 하나인 면세점 사업을 정리하며 항공산업에 집중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매출 3,086억원을 기록하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매출 3,000억원대 벽을 넘어섰다. 영업이익도 464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권가는 제주항공이 올해 연 매출 1조원대 벽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성공 비결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애경그룹은 당시 황금알을 낳는다는 면세점 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항공기를 추가로 투입하고, 저가항공(LCC)임에도 대형 항공사 못지않은 예약 발권 시스템과 예매 홈페이지 등 IT 시스템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저가 항공답게 기내 서비스 등을 줄이는 대신 항공권 가격을 낮추는 실속 경영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애경그룹은 적자를 보면서도 제주항공에 2010년까지 95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며 “특히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리스료 등의 운영비 절감을 위해 국내 LCC 최초로 항공기를 구매하는 등 공격 경영에 나서 국내 1위 LCC 업체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 부회장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 부회장

애경그룹의 뿌리는 1954년 국내 제1호 석유화학 업체로 등록된 ‘애경유지공업’이다. 이후 1979년 애경화학, 1985년 애경산업, 1993년 애경백화점 구로본점(AK플라자) 등을 차례로 설립하며 화학과 생활용품 제조, 유통 등을 그룹의 주축 사업으로 삼아갔다.

조용하던 애경그룹에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채형석 부회장이 회사 경영을 책임지면서부터다. 채 부회장은 어머니인 장영신 회장으로부터 2002년 경영권을 사실상 넘겨받은 뒤 백화점을 짓고 제주항공을 설립하는 등 신사업 발굴에 주력했다. 1972년 남편(채몽인 선대 사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회사 경영을 맡게 된 장 회장은 장남인 채형석 부회장이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한 2006년 이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채형석 총괄 부회장의 그룹 장악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애경은 지난해 10년간 유지해 왔던 부문 체제를 폐기하고 지주사 중심의 수직 계열화 체제를 구축했다. 부문 체제 폐기로 그룹의 핵심인 생활항공부문(애경산업ㆍ제주항공)을 총괄했던 안용찬(59) 부회장(장영신 회장 사위)은 제주항공 경영만 책임지게 됐다. 또 그룹 유통사업을 총괄하던 장 회장의 차남 채동석(54) 부회장은 자리를 옮겨 애경산업 경영을 맡게 됐다.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채형석 부회장을 처남과 동생이 보좌하는 형태다.

채형석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 지분 16.14%를 보유한 대주주다. AK홀딩스가 제주항공(56.94%), 애경산업(39.40%) 등 주요 계열사 대주주인 만큼 채형석 부회장이 지주사를 통해 전 계열사를 장악하는 형태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각에서 애경그룹을 놓고 형제, 처남 간 계열 분리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지분 구조를 보면 불가능한 얘기”라며 “채형석 총괄 부회장의 회사 장악력은 재계 내 다른 대기업보다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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