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가 3일 미국 오하이오주 애커런에 위치한 파이어스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에서 모자에 노란 리본을 붙인 채 경기에 임하고 있다. USA투데이 연합뉴스

골프 선수들이 경기할 때 착용하는 모자에는 메인 후원사의 로고만 허용된다. 하지만 3일 (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애커런의 파이어스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는 조금 색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대회 1라운드가 진행된 이날 선수들의 모자에 노란색 리본 모양의 부착물이 등장한 것이다. 이 코스에서 8번이나 우승한 타이거 우즈(43ㆍ미국)는 하얀색 나이키 모자 뒷부분에 노란 리본을 붙인 채 모습을 드러냈고, 1라운드 8언더파로 선두에 오른 이안 폴터(42ㆍ영국)도 특유의 바이저 모자 오른쪽 앞부분에 리본을 붙이고 경기에 임했다. 마크 레시먼(35), 제이슨 데이(31ㆍ호주) 등 상당수의 선수들이 노란 리본과 함께 라운드를 진행했다. 선수뿐만 아니라 캐디들도 노란 리본 대열에 함께 했다.

노란색 리본에는 병상에서 백혈병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호주 출신의 프로 골퍼 재러드 라일(36)을 응원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2007년부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생활을 시작한 그는 전성기였던 2012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 들었다. 10대 시절 앓았던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재발했다는 것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2014년 다시 그린에 복귀했지만, 2015년 병세가 또다시 악화되면서 투어를 접고 가족들과 함께 고국인 호주로 귀향했다.

호주에 돌아가서도 그는 골프에 대한 열정을 접지 않았다. 암 투병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 대회에 참여했고, 이 대회에서 하루에 2차례나 홀인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또다시 PGA투어 대회에 10차례 출전하는 등 복귀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8월 윈덤클래식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필드 위에서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투병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지난해 7월 “내 인생 또 하나의 장애물이 생겼다. 다시 한 번 싸울 것”이라며 백혈병 재발 소식을 알렸다.

백혈병으로 투병중인 재러드 라일이 병상에서 그의 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 재러드 라일 인스타그램 캡처

그로부터 1년 뒤 또다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라일의 아내 브리오니는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라일의 몸이 더 이상 치료를 견딜 수 없는 상태”라며 “함께 집으로 돌아가 완화 치료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병원 항암 치료를 중단하고 여생을 가족과 함께 보내겠다는 뜻이었다.

소식을 접한 이날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대회장 클럽하우스에는 “PGA투어 식구인 재러드 라일과 그 가족들을 응원하기 위해 노란 리본을 붙이자”는 문구가 붙었고 선수들과 캐디들은 라일에게 힘을 보내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리본을 집어 들었다.

라일과 같은 호주 출신인 마크 레시먼은 경기 후 “충격적인 소식이다. 그는 길고 힘든 싸움을 해 왔다”고 말했다. 이날 5언더파 공동 7위에 오른 그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우승하는 건 나 스스로 뿐 아니라 그에게도 멋진 일이 될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역시 호주 출신인 아담 스콧(38)은 “호주 출신 선수 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오늘 한 마음 한 뜻으로 그를 응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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