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이타마현이 남성 대상 양산 사용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벌이는 가운데 현청 직원들이 양산을 들고 일본 언론에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이타마현청 여름 한정 트위터 '사이타마 양산 2018' 캡처

‘위험한 더위’, ‘재해급 폭서’라는 표현이 생겨날 정도로 올 여름 일본에서도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자연스레 여성 전유물로 여겨졌던 양산이 혹서기 남성의 필수 소지품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사이타마(埼玉)현 구마가야(熊谷)시 최고기온이 일본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인 41.1도를 기록하고 열사병 등 온열질환 피해자가 급증하면서 주요 지방자치단체가 ‘남성도 양산쓰기’ 운동에 돌입했다. 이런 운동에 힘입어 양산 제조업계에서는 “폭염이 (남성들의) 부끄러움을 꺾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출이 늘고 있다.

사이타마현의 경우 현청 내 ‘온난화대책과’ 직원들을 중심으로 ‘남성양산 확산운동 부대’가 만들어져 출퇴근길 양산 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올해에는 현내 8개 시에서도 관련 직원들이 동참해 100명 정도가 남성들의 양산 쓰기를 권장하고 있다. 이 운동에는 양산 제조업체 오로라와 화학섬유 제조업체 도레이도 가세했는데, 지난 1일에는 사이타마현에 남성용 양산을 70개 전달하기도 했다.

주요 생필품 매장과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남성을 위한 접이식 우산 겸용 양산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이들은 2011년 일본 환경성이 내놓은 분석 자료를 마케팅 소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당시 자료는 웃옷을 벗고 양산을 쓰면 땀을 흘리는 양을 20% 정도 낮출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 양산을 쓰면 자외선뿐만 아니라 열을 차단해 머리 부분 온도를 최대 20도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포함되어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양산을 쓴 사진이나 양산 사용을 알리는 글을 올리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후쿠시마(福島)현의 30대 남성은 트위터에 “양산을 10년 전에 샀어야 했다. 밖에서 걷는 모든 남성들에게 강력 추천”이라며 “출퇴근길 양산을 쓴 이후로 별로 피곤하지 않다”고 효과를 적었다. 양산 제조업체 관계자는 “디자인을 중시하는 여성과 달리, 남성은 무게 등 기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양산 사용에 대한 남성들의 ‘마음의 벽’을 걷어 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남성용 양산이 주목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치(高知)현 시만토(四万十)시의 최고기온이 41도를 기록한 2013년에 일부 남성들이 양산을 쓰고 다니면서 ‘양산 남자’란 신조어가 생긴 적이 있다. 그러나 폭염 정도가 2013년을 훨씬 능가하는 올해에는 ‘양산 남자’가 대세가 됐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지바(千葉)현의 경우 7월 남성용 양산 매출이 과거 대비 2.4배나 증가했고, 양산 구매 연령도 젊은이부터 고령자까지 다양하다”고 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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