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삼수 끝에 국적 취득 “한국 마라톤을 위해 달립니다”

알림

삼수 끝에 국적 취득 “한국 마라톤을 위해 달립니다”

입력
2018.08.03 14:30
수정
2018.08.03 18:12
21면
0 0

케냐 출신 청양군 체육회 에루페

‘오주한’으로 새 이름도 얻어

기록 2시간5분대 ‘한국 최고’

오는 10월 경주국제마라톤 출전

한국 이름 오주한(吳走韓)으로 귀화한 케냐출신 마라토너 에루페. 이봉주 이후 뒷걸음질 중인 한국 마라톤의 패러다임을 바꿀 적임자로 꼽혔다. 청양군 제공
한국 이름 오주한(吳走韓)으로 귀화한 케냐출신 마라토너 에루페. 이봉주 이후 뒷걸음질 중인 한국 마라톤의 패러다임을 바꿀 적임자로 꼽혔다. 청양군 제공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8)가 한국인 ‘오주한’이 됐다.

3일 충남 청양군에 따르면 에루페는 지난달 31일 법무부에서 열린 특별귀화 국적심의위원회를 통과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에루페는 2015년 7월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 청양군 체육회 소속이다.

에루페의 대리인인 오창석 백석대 교수는 “이제라도 특별귀화가 이뤄져 정말 기쁘고 앞으로 청양군과 대한민국의 육상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2011년 에루페를 발굴해 한국에 데려온 주인공으로, 에루페의 한국 이름은 오 교수의 성에 ‘한국을 위해 달린다(走韓)’는 의미를 담았다. 두 사람은 현재 케냐의 마라톤 훈련지 이텐에서 담금질 중이다.

사실 오주한의 귀화는 한국 육상계의 관심사였다. 뛰어난 기량과 본인의 적극적인 귀화 의지에도 한국 국적 취득은 쉽지 않았다. 2016년 처음 특별귀화를 신청했으나 무산됐다. 그 해 4월 대한체육회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그를 특별귀화 선수로 추천하지 않았다. 고의 도핑 의혹 때문이었다. 그는 케냐에서 2013년 1월 4일 불시 도핑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2013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검사결과 그의 몸에서는 EPO(Erythropoietin) 성분이 검출됐다. 이피오를 복용하면 적혈구가 많아져 유산소 능력이 증가한다. 육상 장거리, 사이클 선수들이 유혹에 빠지기 쉬운 금지약물 중 하나다. 그는 “말라리아에 걸려 치료를 위해 복용했다”며 케냐 병원의 진료기록부와 의사 소견서, 국내 대형병원 전문의 의견서 등 소명자료를 제출했지만 해명만으로 고의 투약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체육회는 심의를 보류했다. 케냐에서 치료목적사용면책(TUE) 제도를 신청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TUE는 선수가 금지약물을 치료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전에 신청하는 절차다.

농구 등 일부 종목에서 귀화 선수는 있었지만, 육상 선수로 귀화한 외국인은 없어 장벽도 높았다. 에루페는 올 4월 또 다시 귀화추천서를 받지 못해 심의위원회에서 보류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청양군과의 계약연장도 불투명해져 한국을 떠나야 할 상황에 처했다.

그는 이 난관을 확실한 실력으로 이겨냈다. 현재 최고기록이 2시간05분13초인 그는 서울국제마라톤대회 4번, 경주국제마라톤대회 3번 우승했다. 귀화가 확정되면 이봉주 이후 뒷걸음질 중인 한국 마라톤의 패러다임을 바꿀 적임자로 꼽히고 있는 이유다.

오주환은 청양군 유니폼을 입고 여섯 번의 국제대회에 출전, 네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올 3월까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하는 조건으로 지난해 3월 청양군에 입단, 올 6월 청양군과 재계약했다. 빼어난 입상 기록과 지역 홍보 효과 등을 감안해 2020년까지 4년간, 연봉 6만 달러를 지원하는 조건이다.

그는 지난달 25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우수인재 추천서를 받으면서 삼수 끝에 귀화에 성공했다. 오는 10월 경주 국제마라톤에서 한국 이름을 달고 첫 레이스를 펼친다. 김돈곤 청양군수는 “실력이 검증된 선수가 대한민국 국제경기에서 우수한 기량을 선보이면 한국 마라톤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며 “국내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운동하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자신감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청양=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