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 중견기업] 샘표

창업주 손자 박진선 사장 취임 후
R&D 투자 업계 최고 수준으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맛 추구
한식 세계화 위해 적극 도전”
지난 3월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2018 국제 자연식품 박람회(Natural Products Expo West)'에서 외국 소비자들이 샘표의 '연두' 를 맛보고 있다. 샘표 제공

지난 3월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2018 국제 자연식품 박람회(Natural Products Expo West 2018)’의 주인공은 샘표가 출시한 식물발효 요리 에센스 ‘연두’였다. 연두는 이 박람회에 출품된 890개 식품을 제치고 ‘차세대 혁신 제품상(Nexty Awards)’을 한국 식품회사 최초로 수상했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동물성 성분 없이도 풍부한 맛을 내는 연두를 세계 미슐랭 셰프들은 ‘매직 소스’라 격찬하고 있다”며 “연두는 지난 2013년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 페리오디코 데 카탈루냐’가 뽑은 올해의 제품 선정을 시작으로 ‘아누가(Anuga)’, ‘마드리드 퓨전(Madrid Fusion)’ 등 세계 유수의 식품 박람회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샘표식품의 전신인 ‘삼시(三矢) 장유 양조장’은 1946년 문을 열었다. 창업주인 고(故) 박규회 회장은 ‘내 가족이 먹지 못할 음식은 만들지도 팔지도 않겠다’는 신념으로 저렴하고 품질 좋은 간장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샘표는 우리나라 식품 산업사에 수많은 최초 역사를 써내려 갔다. 샘표라는 상표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상표(등록번호 제362호)다. 또 1980년 국내 최초 페트(PET) 포장재 도입, 2001년 세계 최초 한식 간장 복원, 2002년 장류 전 제품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ㆍ해썹) 지정 등 샘표가 가진 최초 역사는 다양하다.

현재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사람은 창업주의 손자인 박진선 사장이다. 그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철학 박사를 취득하고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부친인 박승복 회장의 권유로 1997년부터 회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충북 오송에 있는 샘표의 발효전문연구소 전경. 샘표 제공

박 사장은 취임 후 철학자의 시선으로 우리 장(醬)을 바라보고 식재료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장 조리법, 조리과학 등을 분석했다. 그는 취임 후 매년 연 매출의 4~5%를 연구개발(R&D)에 쏟아 붓고 있다. 국내 식품기업의 평균 R&D 투자 비용이 매출의 1% 안팎 임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수준이다. 전체 임직원의 20%를 차지하는 R&D 인력 규모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이다.

박 사장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맛을 만들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었다”며 “새로운 제품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발생한 수익을 또 다른 신제품 개발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의 이러한 의지가 반영된 제품이 지난 2012년 출시된 연두다. 샘표 만의 발효기술이 집약된 연두는 국산 콩을 발효해 만든 순식물성 성분으로 쇠고기, 멸치 등 특정 맛을 강조하는 기존 조미료들과는 차이점이 있다.

연두의 성장은 눈부셨다. 출시 첫 해인 2012년 43억원이던 매출은 5년 만에 180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미국, 스페인, 호주, 프랑스, 중국 등 26개국으로 수출도 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프리미엄 고메숍 8곳에 진출한 연두는 홀푸드, 웨그먼 등 대형마트에도 입점 예정이다.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식물성 기반 요리와 발효식품의 인기도 연두의 세계시장 진출에 도움이 됐다.

박 사장은 “시대 변화에 따라 발효 기술을 회사의 핵심역량으로 키우고 있다”며 “한식 세계화를 위해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 문을 적극 두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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