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회 서울대 교수 인터뷰

94년 폭염 이후 올해 ‘기온 점프’
겨울은 1949년, 1987년 두차례
이전 상태로 되돌아간 경우 없어
온난화가 기온 상승 근본 원인
기초연구, 재난 대응체계 필요
우리나라 계절별 평균 기온 변화 분석 그래프. 서울과 부산의 여름 평균기온이 1994년 대폭염을 기점으로 상승한 것을 보여준다. 겨울 평균 기온도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한 특정 연도를 기점으로 크게 상승했다. 허창회 교수 제공

지난 1일 전국 주요지역의 낮 기온이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반도의 여름 기후가 올해 폭염을 기점으로 새로운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994년 대폭염 이후 여름철 평균기온이 올랐던 것처럼, 올해의 대폭염 이후에도 여름 평균기온이 다시 상승해 찜통 더위가 계속되며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분야 전문가인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2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서 겨울과 여름의 평균 기온은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게 아니라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계단 형태로 뛰어 올랐다”며 “1994년 대폭염의 사례와 비교해 볼 때 관측사상 최고 수준인 이번 폭염을 기준으로 여름철 기후 체제(Climate Regime)가 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최근 100여년 관측 결과 한번 상승했던 평균기온이 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온 경우는 없었다”며 “올해 여름 더위는 일회성이 아닌 지구 온난화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이같은 폭염이 앞으로도 자주 나타날 것을 염두에 두고 정부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올초 영국의 국제 기후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Climatology)에 ‘급격한 기온상승과 선형적 상승이 혼재돼 나타난 한반도 온난화’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기상청 및 미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연구진도 참여한 이 논문은 2015년까지 서울ㆍ부산 등 60~100년의 관측 기록을 가진 지역 12곳의 온도 측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여름과 겨울의 평균 온도가 특정 시점에 튀어 오르듯 상승한 후 그 수준을 계속 유지했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1994년에는 서울 등 9개 지역에서 여름 평균기온이 상승한 후 그 상태를 유지했다. 서울의 여름 평균기온은 1994년 이전에는 24.0도였으나 이후 24.8도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에도 ‘기후 특이점’이 관측된 후 평균기온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서울은 1900년대 초반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 3도였으나 1949년 겨울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한 후 영하 2도 수준으로 올랐고, 1987년 겨울 이후에는 다시 영하 0.8도 수준으로 상승했다.

허 교수는 “분석 기간 동안 지역마다 최소 한두 차례의 ‘기온 점프’ 현상이 있었는데 모두 이전 기록을 능가하는 수준의 기상 현상이 발생한 후”라며 “2018년 역시 1994년에 버금가는 폭염 수준을 보여 기온을 한 단계 상승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올해와 1994년의 폭염 당시 발생한 독특한 기후 현상의 유사성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1994년에도 올해처럼 티베트 고기압 및 북태평양 고기압이 유독 강하고 편서풍은 약했는데, 그 결과 태풍 ‘월트’가 한반도 동쪽에서 서쪽 방향으로 진행하는 이상경로를 보였다. 최근 발생한 태풍 ‘종다리’와 마찬가지다.

허 교수는 이번과 같은 폭염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관련 기초 연구와 국가적 재난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인 원인 분석과 전망을 위해서는 잠깐의 관심을 넘어 학계의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며 “지구온난화로 축적된 열에너지가 앞으로도 이번 같은 수준의 폭염이나 태풍 형태 등으로 방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도 치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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