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 청년회관!] 한국 청년들 ‘벼랑끝 위기’

15~29세 체감실업률 22.7%
청년 가구주 평균 빚 7022만원
주거빈곤 심각, 우울증에 노출도
청년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 해도 상당 기간 '비노동 상태'를 견딜 수 밖에 없는 상태에 놓여있다. 사진은 각종 공무원 시험 광고가 붙은 한 대학 캠퍼스의 게시판. 한국일보 자료사진.

“단순 서비스직 아르바이트를 구하는데도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한동안 면접조차 볼 수 없었어요. 그래서 공장 생산직 일을 했거든요. 취업은 급한데 공부와 병행할 일자리를 구하는 게 생각보다 너무 힘들더라고요.” (취업준비생 26세 최유현씨)

2018년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은 모질다. 일자리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힘든데다, 취업 준비 중 거의 유일한 소득원인 비정규직 단기 일자리 구직조차 쉽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올해 2월 공개한 ‘청년층 경제활동 제약의 5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15~29세 청년 체감실업률은 22.7%로 청년층의 공식 실업률(9.9%)과 전체 연령층 체감 실업률(11.1%)을 크게 웃돈다.

고용 부진으로 소득이 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면서 부채도 쌓여만 간다. 30세 미만 청년 가구주의 평균 부채는 2012년 5,450만원에서 2016년 7,022만원으로 28.8%나 급증했다.

일자리에선 소외되고, 부채는 늘고, 피로는 가중된 ‘벼랑 끝 위기’에 노출되면서 우울증 등 스트레스성 질환도 는다. 2012~2016년 국내 청년층 인구 10만명당 우울증 환자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4.7%로 전체 세대(1.6%)의 3배 수준이다.

심한 감정 기복은 취업 준비생들에겐 흔한 증상이다. 공기업 취업 지망생 장아영(가명ㆍ27)씨는 “경쟁률이 워낙 치열해 막막하고 불안한 상태”라며 “수개월째 감정 기복이 심하다”고 했다. “불안해요. 확신이 없고. 아침에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가, 오후쯤 되거나 잘 때가 되면 ‘잘 될까?’ 싶어요. 스스로 묻고 또 물어요. 올해는 될까? 아니면 내년엔 가능은 할까? 답이 없어요. 저한테 달린 문제란 생각 때문에 자책도 자주하게 되고.”

삽화=박구원기자

주거 문제도 심각하다. 올 6월 공개된 통계청 이슈 분석 보고서 ‘지난 20년 우리가 사는 집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에 따르면 서울의 1인 20∼34세 청년가구 중 주거 빈곤 가구의 비율은 2005년 34.0%, 2010년 36.3%, 2015년 37.2%로 증가했다. 주거 빈곤 가구는 최저 주거기준 미달 가구, 소위 ‘지옥고(반지하ㆍ옥탑방ㆍ고시원)’ 거주 가구, 비닐하우스ㆍ고시원 등 주택 이외 기타 거처 거주 가구를 뜻한다. 전체 가구 중 주거 빈곤 가구 비율은 1995년 46.6%에서 2015년 12.0%로 줄어들고 있는데, 청년들의 주거 빈곤만 이를 역행하고 있다.

공공주택 입주 등 주거정책에서도 청년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공공주택 입주 연령, 가구원 수, 청약 횟수, 총 거주기간 등이 많거나 길수록 유리한 만큼 청년들은 사실상 대상자에서 제외된 탓이다. 서울 강북구 한 원룸에 거주하는 비정규직 사무원 이상미(가명ㆍ32)씨는 “지옥고까지는 아니지만 고시원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월세 원룸에서 불안한 생활을 이어 가고 있다”며 “집 문제만 생각하면 내가 언제까지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기엔 덜 빈곤하고, 빚을 져 집을 마련하기엔 덜 부유하고 수입이 불안정한 이런 어중간한 상태로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올해 출간된 ‘비노동사회를 사는 청년, 니트’(서울연구원)의 저자인 이충한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 기획부장은 “현재 청년들은 간절히 최선을 다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도 노동할 수 없는 비노동 상태가 길어지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며 “재학, 취업 상태 등 청년이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정상 상태가 있다는 대전제 위에 어떻게든 소위 ‘정상 상태’로 밀어 넣으려고만 해서는 도움이 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런 현실을 지적한 그의 2014년 저서 ‘유유자적 피플, 무중력 사회를 사는 우리’에서 사용한 용어 ‘무중력 피플’, ‘무중력 사회’ 등은 서울시 청년공간의 브랜드명 ‘무중력 지대’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그는 “청년들에게 절실한 도움을 주는 한편 노동관의 대전환도 필요하다”고 했다.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비노동 상태에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도록 사회적 안전망, 신뢰의 안전망이 있으면 되거든요. 지금처럼 소진되고 마모되고 감정적으로도 간헐적 어려움을 겪는 상태가 아니라요. 꼭 취업한 뒤가 아니라도, 지금 모습으로도 사회 구성원으로 안심하고 살 수 있다는 용기를 주도록 여러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거죠.”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한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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