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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학습도서ㆍ구간(舊刊) 할인판매 허용해야

입력
2018.08.02 19:0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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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출판문화협회와 교보ㆍ영풍문고, 예스24 등이 전자책 대여기간 3개월 이내로 단축, 제휴카드 할인율 15% 이내로 제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자율협약’을 체결해 많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여러 사업자들이 합의해서 상품 가격이나 할인폭을 똑같이 정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돼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 담합은 가격을 인상시키고 서비스 질을 떨어뜨려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 또 신제품ㆍ신기술 개발 등 혁신의 유인을 없애서 경제 발전에도 역행하기 때문에 ‘시장경제의 적’이라고도 한다.

단 담합에 대한 처벌 예외가 있는데, 도서정가제다. 도서정가제는 서적 가격이나 할인 정도를 출판사들이 정하고 서점들은 정해진 가격대로 판매하는 제도로, 경쟁에 의한 도서 가격의 할인을 억제함으로써 문화 다양성 확보, 출판산업 진흥, 동네 서점 보호, 저자의 창작활동 지원 등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됐다. 미국 영국은 도서정가제가 없고 우리나라와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은 인정 범위는 다르지만 도서정가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서는 정가의 15%까지만 할인판매 할 수 있다. 다만 발행 후 18개월이 경과한 구간(舊刊)은 도서에 기재된 정가를 변경하여 15% 이상 할인판매 할 수 있지만, 이미 유통되고 있는 서적의 정가를 출판사나 서점이 일일이 변경하는 것이 매우 번거로워 구간의 할인판매는 매우 어렵다. 학습지 교과서 참고서나 실용도서(학습도서)는 도서정가제에 의한 보호의 필요성이 낮다고 보아 할인판매가 자유로웠는데, 2014년 11월부터는 학습도서도 15%까지만 할인판매 할 수 있다.

도서의 특성상 도서정가제가 필요하더라도 꼭 필요한 범위 내로 제한해야 문화 다양성도 확보하고 소비자와 가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서정가제는 인정 범위가 너무 넓어 학부모 학생 일반소비자의 지출 증가, 서적 소비 위축 등 피해가 큰 반면, 학습도서 출판사와 대형서점의 이익만 증대시키고 있다.

2014년 11월부터 학습도서의 할인판매를 제한한 이후, 2015년에 67개 출판사와 6개 대형서점의 매출액은 약 2% 감소했으나 도서정가제로 인한 가격인상 효과로 영업이익은 오히려 765억원이 증가했다. 비싼 책값으로 인해 도서 구매를 포기하거나 중고 서적을 이용한 소비자 불편을 감안하면 소비자 피해는 더욱 커진다.

도서정가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50평 미만의 중소형 서점 수는 2013년 1,674개에서 2015년 1,487개로 계속 감소하고 있어 동네 서점 보호의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또 어문저작권 등록건수는 2014년 5,867건에서 2015년 4,192건으로 감소하였고, 저작권 사용료 징수액도 2014년 1,907억원에서 2015년 1,688억원으로 감소하여 저자의 창작활동 지원효과도 불확실하다.

따라서 소기의 목적 달성도 제대로 못하면서 학습도서 출판사와 대형서점의 이익만 증대시키고 소비자의 부담만 키우는 현재의 도서정가제는 개선되어야 한다. 우선 문화 다양성 증진과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습도서는 종전처럼 도서정가제 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한다. 자유로운 할인판매가 허용되는 구간(舊刊)의 기준도 현재의 ‘18개월 경과’에서 종전처럼 ‘12개월 경과’로 단축하고, 구간은 도서정가제 대상에서 제외하여 정가표 수정 없이 할인판매 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저자의 창작활동 지원을 위해 필요하다면, 무차별적으로 도서 할인판매를 제한하는 현재의 도서정가제 보다는, 출판문예진흥기금이나 세제 지원을 통해 보호가치가 큰 저술이나 전문서적 출판사를 선별 지원하는 대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지난 4월 체결된 출판단체와 서점들의 ‘자율협약’은 현행 도서정가제에서 인정되는 범위를 넘어선 명백한 담합으로 보이므로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김병배 공정거래실천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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