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대해 담담히 써 내려간
최은영의 ‘내게 무해한 사람’
출판 한달 만에 5쇄 찍어
10만권 팔린 첫 소설집 이어 성공
두 번째 단편집 ‘내게 무해한 사람’을 낸 최은영 작가. “살아 있는 한 끝까지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이것이 내가 사람을, 그리고 나의 삶을 사랑하는 몇 안 되는 방식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고 작가의 말에 썼다. 홍인기 기자

몇 걸음 지나치고 어쩐지 뒤돌아보게 되는 그림, 후루룩 반쯤 마시고 나서 눈이 커지는 차 같은 문장을 쓰는 소설가 최은영(35). 두 번째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에서 ‘외로움’을 담담하게 썼다. “왜 이해해야 하는 쪽은 언제나 정해져 있는 것일까”(수록작 ‘모래로 지은 집’)라고 아파하는 외로움, “사람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행복이 얼마나 위태롭고 위험한 것인지”(‘손길’)를 아는 외로움. “나도 외롭고 사람들도 외롭다. 너무 외로워서 외롭다는 걸 모르기도 한다. 그래서 외로운 사람이 소설에 많이 나오나 보다.” 최근 만난 최 작가의 이야기다.

책은 출간 한 달 만에 5쇄를 찍었다. 10만권 팔린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2016)에 이은 ‘성공’이다. “진입하기 쉬운 소설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나는 평범해 보이지만 정서는 특이한 사람이다. 소외감이나 열등감 같은, 내가 소설로 쓰는 감정들을 다른 사람들도 느낄 것 같지 않았다. 소설을 본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 같다고 한다. 그래서 덜 외롭다.”

최 작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심심해서” 단편을 써 보고 “소설 쓰기에 투신하겠다”고 마음먹었다. 10여 년 뒤인 2013년 소설가로 데뷔했다. 처음부터 문장을 그렇게 쓴 건 아니었다. “예쁘고 화려하고 나답지 않은 문장을 짜내려고 애쓴 적이 있다. 글이 써지지 않았다. 2013년 중편 ‘쇼코의 미소’(그의 데뷔작이다)를 쓰면서 힘을 뺐다. 일기, 블로그 글 쓰는 문장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소설의 문장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내 DNA엔 ‘엣지’라고는 없는 것 같기는 하다(웃음).”

‘내게 무해한 사람’은 수록작 ‘고백’의 한 구절이다. 무해한 사람이란 과연 존재할까. “무해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내 소설 속 인물들이 그렇다. 사람들이 서로 불편해하는 게 자연스럽다. 내게 너무 편하고 좋기만 한 사람이 있다면, 그가 나를 위해 참고 있는 거다.” 수록작 7편은 ‘불안하고 미묘해서 무해할 수 없는’ 관계의 이야기다. 인물들은 관계가 만든 상처를 오래도록 견디며 산다. 최 작가에게 상처가 극복, 화해의 대상이 아니어서다. “우리 사회는 상처를 미화한다. 그러나 상처는 받지 않을수록 좋다. 상처는 기억에서 지워질지 몰라도 사라지지 않는다. 나를 지켜야 한다.”

홍인기 기자

상처로부터 자유로운 곳, 최 작가의 서울 신내동 작업실이다. 월세 35만원에 9.9㎡(3평) 크기의 작은 원룸이다. “작업실이 1인용 PC방이 될까 봐 인터넷을 연결하지 않았다. 점심, 저녁은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틈틈이 간식 먹으면서 소설 쓴다. 작업실의 나는 우울한 햄스터 같다(웃음).” 소설이 대체 뭐기에. “항상 사랑하는 존재다. 소설을 쓰다 보면 소설이라는 아이가 나를 독점하려 한다. 사랑하니까 다른 것들을 기쁘게 포기할 수 있다. 소설과 같이 살 수 있어 행복하다. 소설가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 그는 ‘글의 힘’을 두려워하며 쓴다. “세상을, 사람을 바꾸려면 무조건 행동해야 한다. 혼자 앉아서 글을 쓰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글로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건 착각이다. 나는 재미있어서 글을 쓴다. 내 글로 사람을 영원히 바꿀 순 없어도, 글로 연결된 동안은 그 사람과 함께 있어 주는 거니까.”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이우진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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