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있는 파라솔 모양 접이식
국내 생산업체 2곳밖에 없어
수작업에 하루 40~50개만 생산
주문 쏟아져 2주 이상 대기해야
새 출범한 민선 7기 단체장들
가시적 성과 위해 설치 경쟁
그늘막 늑장 설치를 사과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2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앞 교통섬의 간이 그늘막에 걸려 있다. 김주성 기자

‘입추’를 지나도 계속되고 있는 사상 최대의 폭염에, 보행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그늘막’ 수요가 전국적으로 폭증해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민선 7기 임기를 시작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당장 눈에 띄는 성과인 그늘막 설치에 열을 올리면서 지자체 담당 공무원과 생산 업체 모두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8일 서울시 일부 자치구에 따르면 물량 부족으로 대다수 지역에서 그늘막 설치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그늘막은 횡단보도나 교통섬에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가려주는 일종의 거대한 파라솔이다. 차양막 크기는 보통 3~5m, 무게는 150㎏ 수준이다. 가격은 1개당 170만~190만원 선이다.

현재 이런 파라솔 모양의 접이식 그늘막을 전문 생산하는 국내 업체는 충북 옥천군에 위치한 메탈크래프트와 젠텍 단 두 곳이다. 공급처 자체가 많지 않은데다, 제작 과정이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져 하루 생산량이 업체당 40~50개 수준에 불과하다. 설치도 시간이 꽤 걸린다. 그늘막을 세우려면 땅을 깊이 60㎝가량 파내는 기초 공사를 해야 하는데 도로 밑에 매립돼 있는 각종 도시가스 관이나 전선을 건드리지 않으려면 굴착기 대신 삽을 이용해 일일이 파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급에는 한계가 있는데 그늘막 수요는 급증하면서 해당 업체에는 하루에도 수 십통씩 주문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메탈크래프트 담당자는 “지금 주문해도 빠르면 2주, 보통 한 달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경우에도 물량 확보에 차질을 빚으면서 50곳에 계획했던 그늘막 설치가 10일로 늦춰졌다.

한 젠텍 직원은 “지난해 서울 서초구에서 대거 설치한 그늘막이 반응이 좋자 전국에서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했다”며 “요즘엔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면 실어가려는 시공업체들 사이에서 쟁탈전까지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그늘막 ‘비수기’인 지난 겨울에 만들어 놓은 재고 600개를 지난 5월 이미 소진했다. 메탈크래프트는 7월 말까지 약 1,700개를 생산하며 이미 지난 한 해 생산량(800개)을 넘겼다.

시민과 관광객들이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그늘막 아래에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9.6도를 기록한 지난 1일,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서울 광화문 광장의 그늘막 아래가 다른 곳에 비해 낮은 온도를 나타내는 ‘푸른색’으로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특정 장소에 ‘그늘막을 설치해달라’는 주민들의 민원도 빗발치고 있다. 용산구 관계자는 “6월까지만 해도 한남2고가차도가 철거될 예정이라서 고가 인근에는 그늘막을 설치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철거 계획이 취소돼 요즘 해당 동네 주민들의 그늘막 설치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자체의 그늘막 수요 폭증은 여름과 함께 민선 7기의 임기가 시작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업체들은 설명한다. 그늘막이 눈에 잘 띄다 보니, 단체장들이 이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서 초반에 지역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돈을 조금 더 주고서라도 일정을 앞당겨달라는 지자체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어떤 데는 단체장이 첫 그늘막 시공에 꼭 가야 한다며 그 날짜에 맞춰달라고 하더라”며 “보여주기 식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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