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타워즈 동호회 제다이 연맹

영화 스타워즈 동호회 '제다이연맹'의 성시연(왼쪽부터), 문정훈, 유현채씨. 3,4일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스타워즈 필름콘서트 공연 전, 코스튬플레이를 하고 관객을 맞는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SF영화 주인공과 똑같은 복장을 한 남자 셋이 모이니 여기가 공연장인지 놀이공원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 오비완 케노비, 파일럿을 코스튬 플레이 한 유현채(37), 성시연(47), 문정훈(40)씨. 동호회 ‘한국 제다이 연맹’ 운영진으로 국내 개최되는 스타워즈 관련 행사에 빠지지 않고 모습을 드러낸다. 코스튬 플레이는 기본, 스타워즈의 교훈을 전파하는 강연과 멘토링도 자처한다. 물론 평소에는 ‘멀쩡하게’ 사회생활을 한다. 맏형인 성씨는 소프트웨어 회사의 프로젝트 매니저, 문씨는 게임업체의 게임사업 디렉터, 막내 유씨는 프리랜서 MC와 스피치 강사로 활동 중이다. 30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세 사람은 “골방에 틀어박혀 ‘덕질’하기보다 서로 정보 나누고 재능기부도 하면서 스타워즈 재미를 일반에 알리는 게 우리 활동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관련 지식으로나, 활동으로나 스타워즈 관련해서는 한국 최고 ‘하이 클래스’”인 세 사람이 만나게 된 계기는 이렇다. 2015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이하 디즈니)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개봉을 기념해 한국에서 제다이(스타워즈 속 영웅) 50인을 선발하고 1년간의 활동 실적을 바탕으로 최종 2명의 ‘마스터 제다이’를 선정, 영국 런던에서 개최하는 팬클럽 파티 ‘스타워즈 셀레브레이션’에 참여하는 기회를 주는 행사를 열었다. 영화 관련 비디오 테이프, DVD, 블루레이 등을 모으는 게 취미였던 성시연씨는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놀이”를 찾다가 이 행사 참가하면서 ‘본격 덕후 생활’을 시작했다.

“딱 결혼 10주년 때 ‘마스터 제다이’ 2인에 뽑혔어요. ‘스타워즈 셀러브레이션’에 갈 기회가 생겨 제 돈 더 들여 가족 다 데리고 런던에 갔죠.” 이듬해인 2016년, ‘마스터 제다이’를 놓고 함께 경쟁하며 ‘우정을 나눈’ 행사 참가자들과 함께 동호회 ‘한국 제다이 연맹’을 만들었다. 한달에 한번 꼴로 만나 서로의 덕질을 간증하며 관련 정보를 나누고, ‘스타워즈’ 이름으로 자선 바자회나 기부 행사를 열기도 한다. 결성 3년째인 현재 동호회 회원은 900여명.

유씨와 문씨는 여기서 만났다. 두 사람은 올해 어린이날, 고양 스타필드를 찾아 스타워즈 코스튬 플레이를 펼치며 어린이들과 사진을 찍었다. 문씨는 “딸이 영화 속 주인공으로 변신한 아빠 모습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내도 (코스튬 플레이를)말리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이런 복장을 할 때 옆에 있는 건 부담스러워 해서 떨어져 걷는다”고 말했다. “기분이 내킬 때면 이 복장으로 광화문 한복판을 걷기도 한다”는 유씨는 “분야는 다르지만 아내도 마니아 기질이 있어 제 취미를 존중해준다. 얼마 전 이사해서 집 한 켠 인테리어를 스타워즈로 꾸몄다”고 말했다.

영화 스타워즈 동호회 '제다이연맹'의 성시연(왼쪽부터), 문정훈, 유현채씨. 3,4일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스타워즈 필름콘서트 공연 전, 코스튬플레이를 하고 관객을 맞는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세 사람이 스타워즈를 처음 본 건 텔레비전 채널 선택권이 없었던 ‘국민학생’ 시절, 부모님과 억지로 볼 수 밖에 없었던 주말의 명화와 명절 특선을 통해서였다. “지금의 눈높이에서 스타워즈 특수효과는 조악한 수준이지만, 당시만 해도 충격적이었죠. ‘광선검’만 해도 획기적인 발상 아니었나요?”(문정훈) “촬영 기술도 기술이지만, 스타워즈 특유의 인상적인 대사와 내용이 있죠. 인물들이 훈련으로 자기 자신을 이겨내고, 아버지가 목숨 걸고 아들을 살리고, 아들이 아버지를 용서하는 서사가 와 닿았죠.”(성시연)

물론 이들이 ‘본격 덕후’가 된 건 각자 다른 계기를 통해서다. 성씨가 대회를 통해서라면, 유씨는 다스 베이더라는 캐릭터 자체를 좋아하다 관련 소품을 모으고 코스튬 플레이를 하면서 점차 관심사가 영화 전체로 넓어졌다. 루카스 아츠가 만든 스타워즈 게임을 좋아했던 문씨는 “그런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제 직업을 갖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스타워즈”라면서 “스타워즈 게임을 만드는 게 저의 꿈”이라고 말했다.

“다른 영화 동호회와 다른 점이라면 영화를 감상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비 들여서 행사 열고, 회원들 간에 기념품도 나눠요.”(성시연) “스타워즈 복장으로 거리를 나서면 사람들이 ‘무장해제’ 되거든요. 저 멀리서 알아보고 반갑다며 달려올 때, ‘긍정의 에너지’를 받습니다.”(유현채)

3,4일 이틀간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이들의 ‘긍정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스타워즈 영화를 상영하면서 영화 속 음악을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로 선보이는 ‘스타워즈 필름콘서트(지휘 백윤학ㆍ연주 코리아쿱오케스트라)’ 공연을 기념해 ‘한국 제다이 연맹’ 회원들이 무료 이벤트 행사를 선보인다. 공연 전 로비에서 스타워즈 코스튬 플레이를 선보이고, 관람객들과 기념 촬영도 할 계획이다. 동호회를 통해 수십장 단체 티켓을 구매, 몇몇 회원은 코스튬 플레이 복장 그대로 객석에 앉아 공연을 관람할 예정이다. 해외에서 스타워즈 필름 콘서트를 미리 봤다는 성씨는 “이번에 공연하는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은 30여번 봤는데, 콘서트를 앞두고 오늘 새벽 다시 봤다. 행사를 위해 공연장 로비도 답사했다”고 말했다. 아직 필름 콘서트를 본 적 없는 문씨와 유씨는 “좋아하는 영화를 라이브 연주와 함께 본다는 사실에 무척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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