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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필연으로 다가온 남북경협

입력
2018.08.0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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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무더위 속에 한국경제의 신음 소리가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자동차, 철강, 조선 등 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온 제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경쟁 심화에, 높아지는 관세 장벽이 우리 기업들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 청년실업률 상승 및 소득 불균형 문제 등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우리는 당장 몇 년 뒤에 무얼 먹고 살아야 할지 실존적 고민을 해야 할 상황이다. 모두가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고 제조업을 살릴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외친다. 과감한 체질 개선과 미래 신성장동력에 대한 끊임 없는 모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 문제를 둘러싸고 합의 이행 속도가 기대만큼 붙지 않고 있다. 그러나 비핵ㆍ평화 정착 이후의 남북경협 재개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희망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물론 북한은 여전히 수많은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해 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7월 25일 상원 청문회에서 대량살상무기(WMD) 제거 전까지는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고 재강조했다. 심지어 미국 측은 개성공단 기업 등 남북경협 기업 관계자들까지 만나 경협 자제를 요청했다.

북한은 최근 각종 매체를 통해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준수에 따른 4ㆍ27 남북 정상선언 이행 지체를 비난하고 있지만 이는 과도하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시켜 왔으며, 이에 따라 겹겹이 쌓인 미국과 유엔 등 양자ㆍ다자적 차원의 대북제재 조치들은 우리 정부 운신의 폭을 극도로 좁혔고, 남북관계의 자율성도 크게 위축시켰다. 북한은 미국을 설득해 제재 완화 또는 해제 조치를 내놓도록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으나, 비핵화의 추가적 진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완화 조건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그렇지만 대북제재 완화는 이제 우리에게도 포기할 수 없는 목표가 되어 버렸다. 비핵화 이후의 제재 완화는 우리에게 남북경협 재개를 통한 경제의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절실한 과제와 맞닿아 있다. 북한 못지않게 우리에게도 대북제재 완화가 필요한 것이다. 많은 기업들을 비롯해 경제단체, 금융권 등이 비핵화 진전을 학수고대하며 제재 완화 이후 진출을 준비하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물론 이들은 막연한 낙관론에 기대지 않고, 현실에 기반을 둔 냉철한 접근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분명한 점은 남북관계 해빙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해주는 강력한 변화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는 것이다. 국내 제조업에 새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고, 낙후된 북한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 남한 기업들에 많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본다. 북한 개발에 소요될 새로운 자금수요는 글로벌 저금리 상황에서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국내 부동자금의 활로를 터줄 것이라고 예측한다. 경협은 단순히 남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대륙과의 연결을 통해 아시아의 새로운 중심국가로 등장하기 위해 시동을 거는 것이다. 철도 연결이 실현되어 보다 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하게 되면 북한과 바로 인접한 인구 1억 9,000만명(중국 전체인구의 13.4%)에 이르는 중국 동북 3성과 러시아 극동 지역도 우리의 내수 시장이 될 수 있다.

남북 경협을 통한 잠재성장률 상승은 일자리를 늘리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남북경협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연으로 다가와 있다. 북한도 우리를 필요로 하지만, 우리도 북한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온 것이다. 남북의 상호 의존도가 클수록 북한의 극단적 행동은 점점 더 어려워짐은 말할 나위도 없다. 남북교류를 통해 평화 공존이 이뤄지면 북한도 체제 위협을 느낄 이유가 없고, 핵 보유 명분도 줄어들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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