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196개 문건 추가 공개 파장

법원행정처가 31일 공개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및 판사 사찰 의혹' 관련 문건. 문건 중에는 '상고법원 공동 발의 가능 국회의원 명단 및 설득전략'과 같은 상고법원 추진 관련 문건과 '대통령 하야 가능성 검토', '대한변협 압박 방안 관련',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동향보고', '민판연 관련 대응방안 검토' 등이 포함돼 있다. 김주성 기자

추가로 공개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문건들에 당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국회의원이나 청와대 등에 다각적인 로비나 거래를 한 정황 등이 대거 드러나 검찰 수사에도 상당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에 추가 공개된 문건들은 대법원 측이 재판거래 등과 무관하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린 바 있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 여론과 함께 법원 내외부의 강도 높은 수사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가 31일 196개 문건을 추가 공개한 후 검찰 및 법원 등 법조계 안팎에선 ‘양승태 대법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건에는 민원이나 지역구 현안을 들어줌으로써 특정 정치인이 상고법원 입법화에 협조하게 하거나,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전략’ 등 언론에도 영향을 미치려 한 정황들이 무수히 담겨 있다. 2015년 5월 작성된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대국회전략’ 문건에서 설득 거점으로 지목된 한 여당 의원은 이날 “당시 대법원이 이 정도로 후안무치하게 움직였는지 생각도 못했다”며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당시 대법원이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각자 맡은 재판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일선 판사들로선 힘 빠지는 상황”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쏟아지는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김명수 대법원은 한결 같이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문모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스폰서로 지목된 건설업자 정모씨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신청한 재판기록 열람ㆍ등사를 거부했다. 검찰은 2016년 문 전 판사가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5,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정씨 재판 관련 내용을 유출했고, 이 같은 정황을 확인한 법원행정처가 징계 없이 사건을 마무리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정씨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핵심 인사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양승태 대법원이 이 사건을 청와대 거래용으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측은 “상고심에 의견서 제출 등을 위해 사건 기록을 살피려는 것인데 아무런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기록 열람조차 거부했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앞서 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의 자택 및 사무실,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ㆍ인사심의관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등을 대부분 기각했다. 또, 대법원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발견된 문건의 임의제출을 거부 하는 등 검찰 수사 장벽을 높이 쌓고 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양승태 코트의 범죄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현 대법원이 검찰 수사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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