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문건 196건 추가 공개
여야 의원들에 설득 회유 방안 마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경기 성남시 수정구 자택 앞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심현철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2011년 9월~2017년 9월 재임) 시절 사법부가 숙원사업인 상고법원(대법원과 별도로 단순 3심 사건을 재판하는 곳) 입법화를 위해 여야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를 펼쳤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공개됐다. 의원별로 지역구 현안과 민원을 파악해 법원이 줄 수 있는 ‘당근’을 챙기는가 하면, 핵심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당 지도부나 선배의원을 회유하는 방안도 계획했다.

31일 법원행정처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작성된 문건 196건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문건은 지난 5월 25일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 발표 이후 공개된 98건과 별도의 문서들이다.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2015년 3월 법원행정처는 입법화의 키를 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접촉루트(친한 법조인) ▦지역구 현안 ▦대화 소재(취미ㆍ장점 등) 등을 일일이 파악했다. 이듬해 작성된 문건에는 당시 법사위원장(이상민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이 의원의 지역구(대전 유성구)에 전산정보센터를 설립하는 문제를 ‘선거공약’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방안이 적시됐다.

또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김진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공안전담재판부’ 설치가 설득 방안으로 제시됐다. 그가 공안검사 출신임을 감안한 것이다.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통해 새누리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법원행정처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도 로비 대상으로 삼았던 사실도 확인됐다. 2015년 9월 17일 작성된 ‘상고법원 관련 야당 대응전략’ 문서를 보면,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문 대통령에게 접촉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있다. 법원행정처는 문 대통령의 경남고 동창이었던 김정학 인천지법 부장판사를 통해 문 대통령에게 줄을 대는 방안도 구상했다. 실제 이 만남이 성사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양승태 대법원은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을 여론조성의 우군으로 활용하기 위해 정교하게 설문조사ㆍ지상좌담회ㆍ칼럼 등을 계획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압박이 커지던 때, 사법행정에만 전담해야 할 법원행정처가 판결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던 정황도 드러났다. 2016년 11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보면 “사법부가 정치적 문제는 진보적, 대북ㆍ경제ㆍ노동에서는 보수적 판결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상고법원 로비에서 보수적 판결을 내세우며 공을 들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촛불 시위에 밀려 탄핵 위기에 몰리자, 곧바로 입장을 바꿔 진보적 판결을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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