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버전 공연팀 11월부터 대구 서울 부산 공연

브로드웨이 버전팀 첫 내한

11월부터 대구ㆍ서울ㆍ부산서 공연

배우 얼굴 위에 동물 마스크 얹어

동물 모습을 한 인간의 이야기로…

영화 기법 활용 누떼가 관객에 돌진

심바 아버지 무파사 죽음 장면 압권

엘튼 존은 음악에 3개 넘버 추가

뮤지컬 '라이온킹'은 배우와 퍼펫(인형)의 결합을 통해 원작의 감동을 무대 위로 옮겼다. 동물이 전달하는 인간의 이야기라고 생각한 연출가 줄리 테이머의 발상이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제공

긴 다리로 유유히 걸어 나오는 기린과 초원을 뛰어 다니는 가젤 뒤로 아프리카 악기인 젬베가 더해진 노래 ‘삶의 순환(Circle of life)’이 울려 퍼진다. 온갖 색깔의 새들과 얼룩말, 코뿔소는 물론 코끼리까지 모여들어 아기 사자 심바의 탄생을 축하하는 ‘라이온킹’의 도입부는 사바나의 장엄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장면이다. 사바나 정글은 스크린을 넘어 무대 위에서도 구현됐다. 뮤지컬 ‘라이온킹’은 동명 애니메이션이 품은 음악과 이미지의 감동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라는 생동감까지 더했다. 1997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뮤지컬 ‘라이온킹’은 21세기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브로드웨이 버전 공연팀이 올 가을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라이온킹’은 그 동안 전 세계 100개 이상 도시에서 공연됐지만, 라이선스 공연이 아닌 세계 투어공연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선 2006년 일본극단 시키가 제작한 라이선스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30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위해 내한한 펠리페 감바 월트디즈니 컴퍼니 시어트리컬 그룹(DTG)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총괄이사는 “마치 마을 전체를 옮기는 것과 맞먹는 어려움이 있어 20년 전에는 뉴욕 바깥에서의 공연을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라이온킹’ 무대에는 200여개의 퍼펫(인형)과 700여개의 조명이 사용된다.

‘라이온킹’의 무대화에는 무대 연출가이자 디자이너, 시나리오 작가인 줄리 테이머의 공이 컸다. 테이머는 ‘라이온킹’으로 여성 연출가로선 사상 처음으로 미국 토니상 최우수연출상을 받았다. 감바 DTG 총괄이사에 따르면 테이머는 줄곧 ‘라이온킹’이 “동물의 모습을 한 인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배우가 어색하게 동물인 척 하는 대신 사람임을 굳이 숨기지 않은 이유다. ‘휴매니멀’(휴먼과 애니멀의 합성어) 또는 ‘더블이벤트’로 불리는 퍼펫과 배우의 결합이 ‘라이온킹’의 가장 큰 특징이다. 사자임을 나타내는 마스크는 배우의 얼굴과 같이 보일 수 있게 머리 위에 얹힌다. 치타 모양의 퍼펫을 조종하는 배우도 그대로 드러난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의 죽음이다. 무파사는 협곡을 질주하는 수천 마리의 야생 누 떼를 피하지 못하고 최후를 맞는다. 무대 위에서는 영화적 기법을 활용한다. 스크린롤에 그려진 누 떼와 마스크를 쓴 배우들의 움직임이 관객을 향해 돌진하는 이미지를 만든다. 무대와 배우의 연기가 0.1초 단위까지 정확히 계산된 연출이다. 테이머는 이를 두고 “공연제작의 고전적 방식”이라며 “복잡한 과학 기술이 아닌 무대 위의 단순화가 ‘라이온킹’의 성공 이유”라고 말했다.

밀림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원숭이 라피키는 뮤지컬에서는 성별이 여성으로 바뀐다. 한국 공연에서 라피키 역할을 맡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배우 느세파 핏젱. 클립서비스 제공

몇몇 캐릭터의 변주도 이뤄졌다. 심바의 여자친구인 날라는 원작에서보다 전사적 역할이 강화됐다. 야생에서 암사자가 숫사자보다 적극적이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심바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밀림의 정신적 지주인 원숭이 라피키는 애니메이션에선 남성이었으나 뮤지컬에선 여성으로 바뀌었다. 라피키 역으로 한국을 찾은 배우 느세파 핏젱은 “시간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고 더욱 깊어지는 감동을 주는 게 라피키의 역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핏젱은 2009년부터 미국, 영국, 브라질 등에서 라피키로 무대에 서 왔다. 그는 ‘라이온킹’의 상징이 된 첫 장면에서 “모든 동물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강하고 힘있게 노래 한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의 초원이 노래하는 모습을 구현하고자 했던 연출가 줄리 테이머는 배우들의 머리 위에 풀을 얹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제공

‘라이온킹’에는 핏젱을 비롯해 아프리카 출신 배우가 여럿 등장한다. 무대 위에서는 스와힐리어 등 6개 아프리카 언어가 사용된다. 공연 의상 역시 아프리카의 전통적인 디자인과 섬유를 활용했다. 엘튼 존과 팀 라이스가 협업해 만든 원곡 음악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작곡가 레보 엠이 편곡했다. 영화음악의 대부 한스 치머가 원작에 이어 뮤지컬 작업에도 참여했고, 엘튼 존은 뮤지컬에 맞게 3개 넘버를 추가해 무대 위 예술을 완성했다. ‘라이온킹’은 11월 대구에서 시작해 내년 1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 이어 4월 부산에서 공연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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