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구제 위한 특별법 발의
“법적 안정성 해칠 우려” 지적도
대법원 대법정 앞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 신상순 선임기자

“대법원장님, 사건을 재심해 주세요.”(5월 30일 KTX 승무원 대법원 면담)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재판거래 관련자를 구속하고 사건을 재심하라.”(6월 5일 금속노조 회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 사건의 피해자들이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게 있다. 바로 “다시 재판을 받게 해 달라”는 것이다. 재판을 숙원사업(상고법원)과 바꿔치기하려 했던 의혹이 속속 드러난 만큼, 당시 대법원 판결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때마침 정치권에서 ‘재심 특별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특정 사건에서 이미 받은 대법원 확정판결을 무효로 한 뒤 재심을 받게 하겠다는 법안이다. 하지만 피해를 단숨에 회복할 수 있는 장점은 있으되, 명백한 부정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법체계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사건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안’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이달 중 발의할 계획이다.

박 의원 안은 재판 거래 의혹 사건에서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한다. 재심 대상 사건으로는 KTX 승무원 사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시국선언 사건 등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국정운영 협력 사례’로 제시한 사건들이 포함됐다.

이 같은 안은 재판거래 의혹으로 발생한 소송 당사자 피해를 신속하게 회복시키려는 게 목적이다. 현행법상 재심요건을 갖추려면 매우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점을 감안해, 아예 특별법을 만들어 법 안에 명시된 사건만 재심을 받게 하자는 안이다.

현행법상 재심 절차는 매우 까다롭다. 민사소송법에서는 ‘재판 관여 법관이 사건과 관련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때’ 등으로 규정됐고, 형사소송법 역시 ‘관여 법관, 검사,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로 증명된 때’ 등으로 재심 사유를 한정한다. 결국 검찰이 사건 관련자인 양 전 대법원장 등을 기소한 뒤 법원이 유죄를 확정해야만, 겨우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최소 수 년이 걸리고, 신청해도 재심 인용을 장담하기 어렵다. 특별법 시행을 주장하는 송상교 변호사는 “재심이 열린다고 해서 판결이 꼭 뒤집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의혹이 있는 현 상태에서도 재판을 다시 받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 안에서는 특별법을 통한 재심을 허용하면 법적 안정성을 해치거나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지역 법원 한 판사는 “의혹만으로 특별법을 만들어 법을 우회하는 것은 기존 사법시스템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판사도 “법이란 보편타당해야 하는데 개별 사건에 맞춰 특별법을 만들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법이 만들어지더라도 사건 선정 역시 논란 소지가 크다. 한 변호사는 “사법농단 관련 모든 재판을 대상으로 하기보단 증거관계가 명확한 사건들 위주로 재심을 진행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너도나도 재심을 청구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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