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마이너리티, 이런 건 어떨까요]

태어날 때부터 연골저형성증이라는 희귀난치질환을 가진 탓에 신장이 110㎝까지 밖에 자라지 않은 이지영(34)씨에게 대학 졸업 후 맞닥뜨린 구직활동, 특히 면접시험은 유난히 힘들었다. 이씨는 “몸이 좀 불편할 뿐 전화 응대나 기본 사무 업무는 일반인들과도 크게 차이가 없는데도 왜소증 장애인은 다른 장애인에 비해서도 직업을 구하기가 더 힘든 것 같다”며 “외모에서 비춰지는 장애 정도가 심해서 그런지 다른 장애 정도가 심해도 키 큰 장애인이 뽑히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휠체어를 탄 친구와 길을 걸어도 사람들이 나만 처다 볼 때가 많은데 실상과는 무관하게 겉모습만 보고 내가 더 장애가 심한 사람으로 인식 당한다고 느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씨를 비롯해 취업 전선에 한번쯤 뛰어들어본 왜소증 장애인들은 일반 기업들이 장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없이 외관으로면 업무적합성을 판단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이들은 정부가 부담금으로 장애인 고용률을 강제하기보다 실제로 현장에서 어떤 장애인이 어떤 업무를 할 수 있는지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맞는 입사 전형을 마련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골무형성증을 갖고 있는 취업준비생 김모(26)씨는 “입사지원을 해 보면 장애인이 담당해야 할 업무가 어느 정도의 신체능력 및 지능지수가 요구되는 지 기준을 갖고 있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며 “왜소증 장애인 대부분은 지능적인 문제가 없고 타인 과의 의사소통 역시 원활한 만큼 기업이 본연의 목적에 맞게 효용을 기준으로 합리적인 선발 기준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등급기준도 그들에겐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외형 상으로만 보면 키가 작을 뿐이지만 상당수가 척추관 협착증이나 퇴행성 관절염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장애등급기준 최하위인 6등급을 받는다. 사실상 정부 차원의 지원이 거의 없으면서 장애인으로 등록만 받아주는 수준인 셈이다. 게다가 연골무성형증의 경우에만 2세 이상부터 등록이 가능하고, 원인이 다른 경우에는 여성은 만 16세, 남성은 만 18세가 넘어야 장애 등록이 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왜소증의 경우 유전 가능성도 적지 않은데, 아이 역시 왜소증으로 태어나더라도 성인이 될 때까지는 국가에서 아무런 지원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연골무형성증을 갖고 있는 신연철(49)씨는 “아무리 합병증의 심각성이나 고통을 말해도 정부는 장애등급은 올려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합병증 등으로 다른 장애가 생겨 중복장애 판정을 받고 등급이 올라가는 경우가 매우 드물게 있지만 그 역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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