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마법사’ 시드니 고틀립은 냉전기 미국 CIA 기억ㆍ행동조작 비밀계획인 ‘MK Project’와 정치인 암살 계획 등을 주도한 화학자다.

화학자 시드니 고틀립(Sidney Gottlieb, 1918.8.3~1999.3.7)은 미 중앙정보국(CIA)의 흑역사 중 하나인 기억ㆍ의식의 통제ㆍ조작을 위한 비밀프로젝트 ‘MK Ultra’의 실무 책임자였다. C그는 MK Ultra 외에도 약물을 이용한 해외 정치인 암살 계획 등을 수립ㆍ지휘했고, 록히드사의 첩보정찰기 U-2를 개발하기 위한 ‘아쿠아톤(Aquatone) 프로젝트’ 등 일반 첩보 업무에도 개입했다.

고틀립은 헝가리 출신 유대인 이민자의 아들로 뉴욕에서 태어나 뉴욕시립대와 위스콘신대를 거쳐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생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내반족을 앓아 군 입대가 ‘좌절’된 걸 평생 애석해했다는 그는 51년 CIA에 취직, 2년 만에 과학기술국 내 기술부(Office of Technical services) 책임자가 됐고, 죄수나 정신질환자, 약물중독자, 매춘부 등을 대상으로 약물과 전기자극 등으로 의식ㆍ무의식을 조작 통제하기 위한 거의 모든 실험을 기획ㆍ설계하고 추진했다. 물론 그는 자신의 일을 2차대전의 연장, 반소비에트 전쟁의 연장이라 여겼고, 실제로 “우리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조직 안에서 그는 검은 마법사(Black Sorcerer)’란 별명으로 불렸다.

그는 60년 3월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승인한 쿠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피델 카스트로를 독극물로 암살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카스트로의 신발에 탈륨을 스며들게 해 그의 수염을 말려 없애는 자잘한 것부터, 독극물을 주입한 시가나 만년필, 폭발물을 이용한 폭사 등을 계획하고 일부 시도했다. 콩고민주공화국(당시 자이레)의 초대 수상 루뭄바(Lumumbea)를 암살하기 위해 독극물을 주입한 치약을 만들어 현지 첩보부대에 전달했고, 독극물 손수건으로 이라크의 정치 군인 압둘 카림 콰심(Abdul Karim Qassim)을 살해하려 하기도 했다. 72년 은퇴할 무렵 그는 자신의 시도들이 썩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더러 성공한 예가 있었을지 모른다. CIA는 그에게 정보명예훈장을 수여했다.

말년의 그는 평화와 환경운동에 관심을 쏟으며 버지니아의 풍광 좋은 마을에서 염소를 키우고 친환경 요거트를 만들어 먹으며 살았고, 아내와 함께 호스피스병동과 인도의 나환자 병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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