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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전기료 누진제… 에어컨 하루 10시간 켜면 한달 1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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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전기료 누진제… 에어컨 하루 10시간 켜면 한달 18만원↑

입력
2018.07.29 18:45
수정
2018.07.30 12:5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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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진제 원성에 2016년 개편

3단계로 구간 줄이고 요금 낮춰

3.5시간 틀면 한달 6만원 더 부담

“사용량 늘면 폭탄 맞진 않을까”

최악 폭염에 전기료 불안 가중

에너지 절감 인버터형 에어컨은

껐다 켰다 하면 전력 소모 더 커

최악의 폭염에 전력수요가 급증, 정부가 기업을 대상으로 절전을 요청하는 '수요감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전력공사 남서울지역본부 로비 전력수급 전광판에 전일 대비 전력수요량이 나타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최악의 폭염에 전력수요가 급증, 정부가 기업을 대상으로 절전을 요청하는 '수요감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전력공사 남서울지역본부 로비 전력수급 전광판에 전일 대비 전력수요량이 나타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서울에 사는 회사원 유모(41)씨 집 에어컨은 요즘 매일 10시간 이상 가동되고 있다. 초등학생 아들이 등교한 낮에는 육아휴직 중인 아내가 집에 있고, 아들이 귀가하면 사실상 에어컨을 끄기 어렵다. 유씨는 “전기요금 누진제도가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밤에도 30도가 넘는 초열대야 현상까지 벌어져 요즘은 밤새 에어컨을 틀고 있어 전기요금이 얼마나 나올지 솔직히 걱정”이라고 말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으면서 지난 2016년 개편된 전기요금 누진제도가 사실상 첫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는 개선된 누진 체계로 예전 같은 전기료 폭탄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7월 중순부터 시작된 폭염이 장기화될 경우 전기 사용량이 덩달아 많아져 전기요금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여름 주택용 전기를 사용하는 일반소비자에게만 적용되는 전기요금 누진제도에 대한 불만이 폭증하자 정부는 전문가 의견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그 해 12월 누진제도를 대폭 개선했다. 6개 구간으로 나뉘어 최저 단계(100㎾h 이하)와 최고 단계(500㎾h 초과)의 요금 차이가 11.7배에 달했던 예전 누진제도를 3개 구간에, 최고-최저 단계 요금 차이를 3배로 단순화한 게 골자였다.

제도 개편으로 이전보다 요금 부담이 증가하는 가구는 없으면서, 전체적으로는 가구당 연평균 11.6%의 전기요금 인하 효과가 생긴다. 가령 도시 거주 4인 가구(월평균 전력 사용량 350㎾h)의 한 달 전기요금은 6만2,910원에서 5만5,080원으로 7,830원 내려간다.

이 가구가 여름철 스탠드형(1.8㎾) 에어컨을 하루 3.5시간(가구당 일 평균 에어컨 사용 시간)씩 가동하면 추가로 월 6만2,780원의 전기요금을 더 내, 누진제 개편 전(10만8,470원 추가 지불)보다 4만5,690원이 절감된다고 한전은 설명한다. 같은 에어컨을 매일 10시간씩 켜 놓을 경우엔 17만7,320원을 추가 부담해 누진제 개편 전(39만8,080원) 보다 22만760원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올해 폭염은 이런 단순 계산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7월 중순부터 계속되자 소비자들은 “에어컨 사용량이 2년 전 보다 훨씬 늘어날 텐데, 이번엔 사용량 급증 때문에 전기요금 폭탄을 맞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실제로 사상 최악의 폭염 탓에 통상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가 그 해 겨울철 최대 전력수요를 넘어서는 시점도 훨씬 앞당겨졌다. 누진제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던 2016년에는 여름 최대 전력수요가 겨울철 기록(1월 21일 8,297만㎾)를 갱신한 시점이 8월 8일(8,370만㎾)이었지만, 올해는 지난 2월 6일의 최대 전력수요(8,824만㎾)를 지난 23일(9,070만㎾) 일찌감치 뛰어 넘었다. 이는 2년 전보다 무려 16일이나 빠른 기록이다.

지난달 기준 용도별 전력사용량 비중은 산업용이 55.5%로 가장 높고, 소규모 가게에 적용되는 일반용은 22.1%, 주택용은 13.2%이다. 이종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온도에 따른 수요탄력성은 산업용 보다 주택용과 일반용이 더 높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통상 여름에는 기온 1도 상승 시 전력수요가 평균 80만㎾ 가량 증가하지만, 여기에는 기온뿐 아니라 풍속, 습도 등 다른 여러 변수가 적용되는데다 국민 개개인이 덥다고 느끼는 것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정량적으로 얼마나 수요가 늘어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기료 폭탄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요즘 나오는 ‘에너지 절감형’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전기료가 높게 나오는 에어컨은 희망온도에 도달해도 찬바람을 나오게 하는 모터가 계속 돌아가는 ‘정속형’ 에어컨이 대부분”이라며 “희망온도에 도달하면 더 이상 실내온도가 올라가지 않을 정도로만 모터를 천천히 돌리는 ‘인버터 에어컨’을 사용하는 게 전기료 측면에선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같은 이치로 에어컨은 온도를 희망온도까지 낮출 때 대부분의 전력을 사용하므로, 에어컨을 한동안 껐다가 켜는 것보다는 그대로 켜 둔 채 유지하는 편이 전력 소비 면에선 유리할 수 있다. 선풍기로 실내 공기 순환을 돕거나, 에어컨을 끄기 전에 송풍 기능으로 기계 내부 습기를 제거하는 것도 전기료를 아끼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소비효율 1등급인 에어컨은 5등급보다 30~40% 가량 전기료를 아낄 수 있는 만큼 구입 전 미리 모델별 등급을 확인할 필요도 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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