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 예측 없이 무분별 건설
월세 보증기간 끝나며 수익 급감
2033년 주택 30% 빈집 가능성
대출 규제 등 주택 신축 억제 나서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로 빈집 문제가 사회문제화하는 가운데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서 작업 인부들이 빈집을 철거하고 있다. 요코스카=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에서 인구 감소에다 공급 과잉으로 파산하는 임대주택 소유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아베 노믹스 이후 금융규제 완화와 함께 상속세 절세 수단으로 유휴토지를 활용한 임대주택 건설이 투자수단으로 인기를 얻었으나, 정확한 실수요 예측 없는 무분별한 건설이 부메랑이 된 형국이다. 처분이 곤란해진 부동산(不動産)을 빚더미 재산이라는 의미로 ‘부동산(負動産)’으로 표현한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최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지바(千葉)현에 거주하는 후지사와 유지(77)씨는 30년간 살던 노다(野田)시의 집을 처분하고 마쓰도(松戸)시의 셋집으로 이사했다. 대신 그는 1992년 주택임대관리업체의 권유로 30년간 서브리스(sublease) 계약을 맺고 6,000만엔(약 6억358만원)을 대출받아 고후(甲府)시에 2층 아파트를 매입했다. 그러나 업체의 월세 보증기간(10년)이 지난 2002년부터 임대수익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계약 당시 “보증기간 이후에도 물가상승을 감안해 월세가 매년 3% 상승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월세를 40% 정도 깎지 않으면 입주자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수입은 고사하고 대출 상환마저 곤란하게 된 것이다.

서브리스 계약은 임대관리업체가 소유주로부터 건물 전체를 임차한 뒤 이를 다시 개별 임차인에게 재임대하는 것을 말한다. 업체는 소유주에게 10년간 고정 임대수익을 보장하는 대신 입주자 모집과 시설 관리, 임대료 수납 등을 직접 담당한다. 그러나 안정적 투자처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주변에 임대주택들이 신축돼 과잉 공급이 일어나면서 10년이 지난 주택은 임대료가 떨어지는 구조가 된 것이다. 지난 5월 파산한 부동산개발회사 스마트데이즈와 골든게인도 ‘30년간 월세수익 보장’을 내세워 서브리스 계약을 통해 셰어하우스 투자자를 모집했으나 입주율이 30~40%에 그치면서 파산에 이르렀다. 인구 감소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당국이 고도성장기의 도시계획과 주택정책을 고수한 결과, 공급 과잉으로 당초 기대한 임대수익을 얻지 못한 투자자들이 대출 상환이나 파산 압력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빈집 문제는 예견된 바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2013년 일본의 주택 수는 6,063만채로, 이 중 13.5%인 820만채가 빈집이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올해 6,365만채 중 1,076만채(16.9%)가 빈집일 것으로 추산했고, 2033년에는 7,106만채 중 2,146만채(30.2%)가 빈집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15년 후엔 일본의 집 3채 중 1채가 빈집인 셈이다.

그럼에도 주택 공급 과잉이 발생하는 것은 이해관계가 맞물린 탓이 크다. 지역개발을 통해 인구를 늘리려는 지방자치단체와 빈집 활용보다 새 집을 지어 이익을 얻으려는 건설업자 및 주택임대관리업체, 노후 대비와 상속세 절세를 위해 대출을 얻고서 주택을 짓는 토지 소유주의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와 부동산회사의 잇단 파산으로 사이타마(埼玉)현 가와고에(川越)시 등 일부 지자체는 규제완화를 위한 조례를 폐지해 주택신축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일본의 독립행정법인인 주택금융지원기구도 올해부터 부실대출을 방지하기 위해 임대주택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신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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