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오를 때 먹는 음식 제작각... 재즈 연주자가 가장 까다로워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건 같지만, 공연 장르별 예술가들이 먹는 '밥'은 저마다 다르다. 게티이미지뱅크

장르를 불문하고 모든 공연 예술가들은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쏟아낸다. 하지만 에너지원을 섭취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식사는 개인 취향이나 식성에 따른다고 하나 장르별 특징이 분명히 있다. 똑 같은 무대라 할지라도 클래식ㆍ무용ㆍ연극 등 장르에 따라서 분장실과 대기실의 음식 섭취 풍경이 달라진다. 금세 지치기 쉬운 여름 무대, 공연 예술가들은 어떤 음식물을 어떻게 섭취하며 에너지를 얻어내는지 알아봤다.

아주 예민하거나 단순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클래식 연주자들은 까다롭다는 선입견이 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자신의 몸이 곧 악기인 성악가들은 공연 전 식사에 더욱 신경을 쓴다. 식사를 까다롭게 신경 쓴다는 말은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까다로운 요구를 하거나, 아예 식사를 하지 않거나.

클래식 공연장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연주자들은 밥이 아니라 간단한 간식 정도만 준비할 때가 많은데 간혹 세세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초콜릿의 카카오 함유량까지 정확하게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요. 2016년에 내한했던 파이프오르간 연주자 캐머런 카펜터는 늘 마시는 생수 브랜드에 유기농 달걀만 먹는다고 해서 그렇게 준비했었고요.” 단체 생활을 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보다는 협연을 하는 솔리스트들이 먹거리와 관련 더 세세하게 챙기는 편이라고 한다.

요청대로 준비해 둔 간식을 거의 손도 안 댄 채 남기는 경우도 많다. 입으로 악기를 부는 관악기 연주자들은 침샘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단 음식은 피한다. 공연장 LG아트센터 관계자는 “클래식 연주자들 중엔 공연 전 식사를 하지 않는다며 물만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 (음식물 관련 업무가) 간단하다”며 “성악가의 경우 따뜻한 물, 가습기가 추가로 필요한 정도”라고 말했다.

그저 물만 있으면 된다고 하는 연주자가 있는 반면, 평소 즐겨 마시는 생수 브랜드까지 요청하는 연주자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무대를 채우는 밥심

두 시간 동안 무대에서 또 다른 자아에 몰입해야 하는 연극 배우들은 공연 전 식사 시간을 반드시 엄수한다. 클래식 연주가 자신의 내면에 집중한다면, 연기는 에너지를 외부로 발산하는 만큼 말 그대로 밥심이 필요하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연극 배우들은 공연 시작 한 두 시간 전까지 반드시 밥이 들어간 식사를 한다”고 말했다. 대신 공연 중간 쉬는 시간에는 거의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 캐릭터에 몰입한 채 다음 장면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극 연습실만의 특이한 모습이 있다. 배우들 각자 이름이 쓰인 컵이 비치돼 있는 것. 배우들은 연습 중 목이 타 물을 찾기 마련이다. 국립극단은 연습 기간 배우들에게 머그컵을 따로 만들어 제공한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공연 때까지 컵을 씻어서 재사용하는 것도 스스로의 몫이 되고, 종이컵 사용도 줄이게 된다”며 “공연을 장기간 준비하는 연극 연습실만의 풍경인 것 같다”고 전했다.

뮤지컬도 비슷하다. 공연 전 출연 배우들이 다 함께 공연장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연습과 공연 중간중간 에너지 충전을 위한 간식은 꼭 낱개로 포장된 종류로 고른다.

연습과 공연 중간중간 배우들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도록 과자와 과일 등 간식이 대기실에 상시 준비돼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초코바와 바나나

간식은 대부분 에너지바나 과일류가 준비된다. 그 중에서도 무용수들을 위한 간식은 누구나 한 목소리로 답하는 메뉴가 있다. 초코바와 바나나. 열량 소모가 압도적으로 많은 발레 무용수들의 간식은 운동선수들이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바나나는 근육에 가는 무리를 줄여주고 순간적인 에너지를 내는 데도 좋다. 누구에게 물어도 무용수는 초코바와 바나나를 먹는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면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데 지장을 주기 때문에 무용수들은 저마다의 방법을 찾는다. 공연이 끝난 후에 식사를 하거나 자신만의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찾아 먹는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은 현역 시절 무대에 오르기 전 오일 파스타인 알리오 올리오를 먹었다고 한다.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이라 에너지를 내는 데 적합하면서도, 소화가 잘 됐기 때문이라고 발레단 관계자는 전했다.

국내 예술가들보다는 해외에서 내한 공연을 온 연주자나 배우, 무용수들의 요구가 까다로운 편이다. 대기실 간식을 준비할 때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장르의 예술가는 누구일까 물었다. 재즈 연주자라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LG아트센터 관계자는 “해외 재즈 연주자의 경우 계약서의 반이 음식 관련된 조항으로 채워지는 경우도 있다. 신선한 과일로 스무디를 직접 갈아 마셔야 한다는 요구나,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에 특정 채소를 꼭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고 덧붙였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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