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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모기 실종

입력
2018.07.29 18:36
수정
2018.07.30 14:2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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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에서 물러난 뒤 자신의 재단을 통해 사회사업에 열심인 빌 게이츠가 몇 년 전 블로그에 흥미로운 순위를 발표한 적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생물’이다. 취학 전 아이라면 상상이나 간접 체험만으로 “공룡“이나 ”사자“ “호랑이“라고 답할지 모르겠다. 피해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뱀”이나 “개”라고 추측할 수도 있다. 빌 게이츠는 순위를 매길 때 ‘그 생물이 연간 몇 명의 사람을 죽였나’를 무서움의 척도로 잡았다. 이 기준에 따르면 무서운 생물 4위는 해마다 2만 5,000명 정도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개‘이다.

▦ 물론 개가 사람을 물어뜯어 이만큼 죽였을 리 없다. 대다수가 개에 물렸을 때 광견병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진다. 3위는 ‘뱀’이다. 뱀은 병을 옮기지 않지만 치명적인 독으로 매년 5만 명을 숨지게 한다. 무서운 생물 2위에 의해 숨지는 사람은 뱀이나 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주범은 ‘사람’이다. 끊이지 않는 분쟁과 테러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연간 47만 명을 넘는다. 세계대전 규모의 전쟁이라도 발발하면 이 숫자는 몇 배로 뛸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사람’보다 더 무서운 생물은 무얼까.

▦ 바로 모기다. 모기는 여러 병원체를 옮기지만 가장 무서운 것이 말라리아다. 세계 3대 감염병에 꼽히는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재단을 통해 막대한 기부를 하는 빌 게이츠는 이 글에서 말라리아로 인한 연간 사망자 숫자를 75만 명이라고 했다. 2000년에는 2억6,000만 명 이상이 감염돼 120만 명이 숨졌다는 통계가 있고, 2016년에는 45만 명 남짓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90% 이상이 아프리카,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발병하며 사망자의 약 절반은 5세 미만 영유아다.

▦ 한반도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치사율이 높지 않은 온대열 말라리아이지만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해마다 수백 명의 발병자가 나온다. 북한의 경우 과거 30만 명의 환자가 생긴 적도 있을 만큼 사정이 나쁜 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짧은 장마에 폭염까지 겹친 이번 여름에는 모기 개체수가 감소해 말라리아 환자 숫자도 예년에 비해 30% 정도 줄었다고 한다. 또 다른 감염병인 일본뇌염 매개 모기도 비슷한 규모로 감소한 것이 확인됐다. 무더위 고생은 어쩔 수 없지만 모기 시름이라도 덜었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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