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먹방 가이드라인 마련
국가 비만 관리 종합대책으로
폭식 부추기는 방송 등 모니터링
“국가가 개인 다이어트까지 간섭”
靑 게시판에 반발 청원 100건
“폭식 장면 반복, 식욕 크게 자극”
“건강 프로그램부터 확산시켜야”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서초구에 사는 회사원 지민하(28)씨의 삶의 낙은 운동하면서 ‘먹방(먹는 방송)’ 시청 하기다. 점심시간마다 식사 대신 회사 지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데 유튜브나 인터넷방송 등에서 고칼로리에 기름진 음식들을 단숨에 먹는 콘텐츠를 주로 본다. 지씨는 “BJ나 연예인들이 먹는 모습을 보면 우울하지 않다”며 “먹지 못해도 배부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김모(31ㆍ여)씨는 네 살짜리 아들이 유튜브 채널에서 ‘먹방’을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이 유튜브 채널은 아빠와 미취학 자녀가 ‘편의점 라면 다 먹어보기’, ‘편의점 젤리 다 먹어보기’, ‘브랜드 아이스크림 다 먹어보기’ 등의 영상을 만드는데, 수십여개 제품을 늘어놓고 실컷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들은 종종 그대로 따라 하려고 한다. 김씨는 “아무 의미도 없는 먹방을 저렇게 자극적으로 내보내는 것에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가 비만 관리 종합대책’에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가 폭식을 부추기는 방송이나 광고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케이블이나 종합편성채널, 유투브는 물론 공중파 방송까지 앞다퉈 내보내고 있는 ‘먹방’을 규제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 논쟁이 뜨겁다. “먹방이 폭식과 비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필요하다”는 의견만큼이나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라는 반발 또한 비등하다.

복지부는 내년까지 폭식을 판단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폭식을 부추기는 TV, 인터넷 방송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이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먹방 뿐 아니라 늦은 시간 대 식욕을 자극하는 광고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정영기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먹방을 법으로 규제하는 게 아니라 업계가 자정 하도록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방송에서 흡연장면을 지양하거나 모자이크 처리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 음식 사진을 자주 보면 뇌가 자극돼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이 과다 분출되고 이 상태에서 음식을 먹으면 과식, 비만 위험이 높다는 게 학계의 통설이다. 지난 5월 유럽 비만학회 학술지에 영국 리버풀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76명의 어린이를 세 그룹으로 나눠 먹방 시청 여부와 음식 섭취량 영향을 분석했더니 먹방 시청군의 음식 섭취량이 평균 26% 더 높았다. 그러나 성인은 먹방 시청과 식욕의 상관관계가 불분명하다는 반론도 있다. 박동숙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팀이 지난해 ‘언론과 사회’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먹방을 즐겨보는 20,30대 남녀를 심층 인터뷰한 결과 폭식 장면을 따라 하기보다 외려 음식 섭취를 미루는 사례가 많았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관련 청원이 벌써 100건이 넘는다. “먹방 규제로 국가가 개인 다이어트를 책임진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먹방 규제는 결국 외모지상주의만 부추길 거다” 등의 청원들이 빗발친다.

먹방이 정부 관리가 필요한 영역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폭식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그만큼 자극의 세기가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한 반면,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비만이 우려된다면 먹방 관리가 아니라 건강증진 프로그램부터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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