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1일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지 5년 만에 전원합의체에 배당됐다.

대법원은 27일 여운택(95)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사건을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小部)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거나 기존에 판시한 법리 등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대상이 된다.

여씨 등 4명은 1941∼1943년 옛 일본제철 측이 충분한 식사와 임금, 기술 습득, 귀국 후 안정적인 일자리 등을 보장한다며 회유해 일본에 갔다. 하지만 오사카 등지에서 자유를 박탈당한 채 고된 노역에 시달리고 임금마저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1인당 1억원의 위자료를 달라고 1997년 일본 법원에 소송을 냈다. 하지만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고, 이 판결은 2003년 10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확정됐다.

이에 여씨 등 4명이 우리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모두 “일본 판결 내용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과 기타 사회질서에 비춰 허용할 수 없다고 할 수 없다. 일본의 확정 판결은 우리나라에서도 인정된다”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2년 5월 “일본 법원의 판결 이유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며 판결을 뒤집었다. 이후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고, 미쓰비시 측이 재상고한 상태로 5년이 넘게 지났지만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이를 두고 최근 대법원이 재판을 고의로 지연한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3년 9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외교부와의 관계(대외비)’ 문건에는 외교부의 부정적인 의견을 고려, 판결을 미룬 정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이었던 한 부장판사가 전날 페이스북에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공개하며 논란은 더 커졌다. 실제로 대법원은 2013년 8월 사건 접수 후 2015년 6월까지 2년 가까이 상고이유서와 상고이유보충서를 제출 받는다는 이유로 심리를 미뤘고, 2016년 11월에야 전원합의체 회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 1년9개월 만에 회부를 최종 결정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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