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동화 속 토끼와 실제 토끼의 차이

토끼 랄라와 거북이. 이순지 기자

깜찍한 외모를 가진 토끼는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다. 얼마 전 동네 대형 마트의 어린이 도서 코너를 찾았다. 5살 정도 된 아이들이 표지에 토끼가 그려진 책을 보고 있었는데,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독일 동화작가 외르크 뮐레가 쓴 ‘토끼를 재워줘’라는 책이었다. 한 아이에게 “뭐가 그렇게 재밌냐”고 물었더니 “토끼가 귀엽잖아요”라고 수줍게 답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등에 따르면 토끼를 소재로 만들어진 동화책은 1,000권이 훌쩍 넘는다. 책 표지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큰 귀를 자랑하는 토끼가 사랑스럽게 그려져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토끼는 동화의 소재로 자주 쓰인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토끼와 거북이’다. 프랑스 작가 장 드라 퐁텐이 쓴 이 작품은 자만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달려가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여기서 토끼는 자신의 달리기 실력을 너무 믿어 낮잠을 자고 친구들과 놀다가 달리기 경주에서 거북이에게 패하는 게으른 존재로 등장한다.

이 동화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탓에 많은 사람들이 토끼를 꾀 많고 게으른 동물로 알고 있다. 물론 동화는 동화일 뿐이다. 우리가 상상했던 토끼와 실제 토끼의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봤다.

‘토끼와 거북이’ 토끼는 진짜 거북이한테 지나요?
숲 속 동물들이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 시합을 두고 누가 이길지 토론 하는 장면이다. 도서 '토끼랑 거북이' 표지
“옛날 옛적에 토끼와 거북이가 살고 있었어요. 토끼는 매우 빨랐고, 거북이는 매우 느렸어요. 어느 날 토끼가 거북이를 보고 ‘느림보’라고 놀리자, 발끈한 거북이가 달리기 시합을 제안했답니다. 토끼와 거북이는 달리기 시합을 했는데 그만 토끼가 방심해버렸어요. 거북이가 뒤에 있는 것을 보고 낮잠을 잔 거죠. 거북이는 열심히 결승선을 향해 걸어갔고, 결국 거북이가 이겼답니다.”

‘토끼와 거북이’를 읽은 사람들은 실제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한다. 그래서 지난해 태국 특수동물보호협회는 치앙마이 국제공항에서 특별한 달리기 대회를 열었다. 수많은 관중을 앞에 두고 거북이와 토끼가 한판 승부를 벌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거북이는 처음부터 토끼를 앞서 나갔다. 짧은 발을 이용해 엉금엉금 앞만 보고 기어 나갔다. 반면 토끼는 오들오들 떨기만 하다가 결국 경기장을 이탈했다. 승리는 거북이에게 돌아갔다. 현장은 도망가는 토끼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토끼가 경주에 진 이유는 동화와 다르지만, 토끼가 거북이에게 패한 것은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도 2015년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토끼는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다른 곳을 헤집고 다녔다. 반면 거북이는 열심히 앞만 보고 걸어갔다.

여기서 토끼 습성이 나타난다. 토끼는 360도를 볼 수 있는 넓은 시야각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한 곳만 보지 않고 여기저기 살핀다. 호기심도 많은 편이라 훈련이 되지 않은 경우 주인 말대로 한 곳만 바라보며 뛰지 않는다. 그래서 경주에 나선 토끼들은 거북이와의 시합에 열중하지 않고 주변에 놓인 재미있는 물건들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영국 토끼복지협회(RWAF)가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토끼는 낯선 환경에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 경주에 나서기 전 훈련을 거쳤어야 했다. 태국에서 진행됐던 토끼와 거북이 경주의 경우 관중이 많은 것도 토끼에게 패인이 됐다. 영상을 보면 토끼가 귀를 앞뒤로 흔들며 불안해하는 것이 보인다. 소음과 주변 환경이 불편했다는 뜻이다. 예민한 토끼는 이 상황에서 아무리 맛있는 간식을 줘도 경주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다.

동화 ‘토끼와 거북이’에 나오는 토끼는 그래도 경기의 목표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편이다. 열심히 달리기는 했으니 말이다. 실제 토끼는 달리기 시합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리고 또 다른 점이 있다면 동화 속 토끼는 거북이를 무시했지만, 실제 토끼는 거북이를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토끼도 옷 입기를 좋아할까?
동화 속 토끼는 멋진 정장을 입고 있다. 한 속에는 시계도 들었다. 도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표지

영국 동화 작가 루이스 캐럴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1862년 출판됐다. 앨리스라는 소녀가 정장 차림에 이상한 시계를 들고 있던 토끼를 따라 굴 속으로 뛰어들어가면서 생긴 일을 그린 모험기다.

이야기는 토끼로부터 시작된다. 이 동화에 등장하는 토끼는 앨리스를 굴 속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는 데, 무뚝뚝하고 걸음이 빠르다. 다른 동화에 등장하는 토끼들과 달리 붉은 재킷을 입고 있는 게 특징이다. 동화를 본 사람들은 진짜 토끼도 옷을 즐겨 입는지 궁금해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관련 질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랄라는 옷 입기를 싫어하는 편이다. 이순지 기자

‘토끼도 옷 입기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개인적인 대답은 이렇다. “내가 키우는 토끼 랄라는 싫어하지만, 다른 반려토끼들은 좋아해요.” 패션에 무지한 엄마를 둔 터라 토끼 랄라는 어릴 때부터 옷을 본 적도, 입어본 적도 없다.

인스타그램의 토끼 사진을 보고, 랄라도 예쁜 옷을 입은 ‘스타 토끼’로 키우고 싶은 마음에 일본 오사카에서 랄라 선물로 당근이 그려진 옷을 사온 적이 있다. 부푼 마음을 안고 랄라에게 옷을 입히려고 했지만, 랄라는 앞발을 좌우로 거세게 흔들며 저항했다. 30분 넘게 랄라를 잡고 옷 입히기에 도전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나는 그 뒤로 랄라에게 옷을 입히지 않았다.

하지만 랄라와 달리 옷 입기를 즐기는 반려동물들도 있다. 인스타그램에 ‘토끼옷’, ‘토끼’를 검색하면 예쁜 옷을 입은 토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랄라와 달리 편안한 미소를 짓고, 사진 찍기를 즐기는 토끼들도 있다. 어릴 때부터 옷 입기에 익숙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토끼는 훈련이 필요한 동물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옷 입기를 시도한다면 옷 입는 것을 즐기게 될 수도 있다. 다만 토끼는 자신의 몸을 혀로 단장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장시간 옷을 입히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반려토끼 산업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토끼 옷이나 옷 모양과 비슷한 몸줄을 쉽게 구할 수 있다. 토끼 전문 매장 ‘우사기노싯뽀’(うさぎのしっぽ)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토끼 반려인이 직접 토끼 관련 물품을 만드는 ‘이어크로스레빗’이 있다.

옷 입기가 싫었던 랄라의 거센 반항. 이순지 기자

동화 속 토끼의 모습은 실제 토끼와 비슷한 면도 있고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 가장 비슷한 점은 역시 ‘깜찍한 외모’일 것이다. 동화 속에 표현된 토끼의 큰 귀와 귀여운 외모는 실제 토끼와 같다. 다만 토끼가 꾀 많고 게으를 것이라는 동화 속 설정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현실의 토끼는 부지런히 자신의 몸을 단장하고 주변을 돌아다닌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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