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 장군의 선조는 일본인이다.” 2차 대전이 끝난 뒤인 1940년대 후반, 일본에서 이런 소문이 퍼진 적이 있다. “맥아더의 할머니가 일본인이고 그는 일본인 첩의 자식이며 미국인 양어머니가 길렀다. 그는 교토 출신이며 엄마는 미국인이지만 엄연히 일본에서 태어났다”는 식이었다. 외모를 보나 말을 들어보나 맥아더가 일본계라는 것은 황당무계한 것이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점령군 총사령관으로 일본에 입성한 맥아더가 의외로 보복보다 부드러운 통치를 펼치면서 이 같은 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 ‘소문의 공식’이라는 것이 있다. 소문 연구의 고전이라는 ‘소문의 심리학’에서 미국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 등이 소개한 것이다. ‘R ∝ i×a’. 즉 소문의 강도와 유포량(RㆍRumor)은 문제의 중요성(iㆍImportance)과 그 논제에 관한 증거의 애매함(aㆍAmbiguous)의 곱셈에 비례한다는 공식이다. 중요함과 애매함이라는 변수 가운데 한쪽이 ‘0’이라면 당연히 소문이 나지 않는다. 문제가 심각하고 내용이 애매할수록 확산 속도가 강하다. 전쟁이나 비상시에 소문이 양적으로 늘어나는 이유다. (‘소문의 시대’, 마쓰다 미사 저)

▦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노엘 캐퍼러는 소문을 ‘가장 오래된 미디어’라고 했다. 매스미디어가 보급되기 전에는 소문이 중요한 소통 수단이었다. 미확인된 뉴스라 하겠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혜택도 보고, 반대로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소문은 사람 입을 통해 세상에 퍼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가짜뉴스’도 소문의 한 형태다. 백제 무왕이 지어 퍼트렸다는 ‘서동요’는 가짜뉴스의 원조다. 선화공주와 결혼하려고 노래를 만들어 퍼트린 게 성공한 셈이다. 1923년 일본 관동대지진 당시 한국인에 대한 악의적 소문은 엄청난 희생자를 냈다.

▦ 문제는 검증되지 않은 소문이 떠돌면서 사람들을 현혹한다는 점이다.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면 다행이나 그렇지 않으면 피해자가 속출한다. 요즘 러일 전쟁 당시 울릉도 근해에서 침몰했다는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가 화제다. 150조원 상당의 금화와 금괴 약 5,500상자(200여톤)가 실려 있다는 등의 보도자료까지 발표돼 관련 테마주가 급등락했다. 인양업체가 보물의 존재는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다단계 방식으로 가상화폐까지 발행했다니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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