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서울서 시범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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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직원들이 해야 하는 가장 큰 일은 ‘복사’다. 검찰수사, 1심, 2심을 치르는 동안 수천~수만 쪽의 기록이 누적되면서, 대법원까지 간 사건은 서류를 수레로 나른 다음 몇 날 며칠을 꼬박 복사에만 투자해야 한다. 복사하는 동안은 담당 판사조차 원본 기록을 볼 수 없다.

이런 법원의 열람복사실 풍경이 내년부터 사라지게 된다. 법원이 민사 사건처럼 형사 사건에도 전자소송(종이가 아닌 전자문서로 소송 진행)을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30일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대법원은 내년 초부터 형사 사건에 전자소송을 도입한다. 이를 위해 기록을 검색해 내려 받을 수 있는 홈페이지를 11월 개설하고, 2~3개월 최종 검수를 거쳐 내년 초 공개할 계획이다.

홈페이지가 정식으로 공개되면, 서울 지역 법원의 일부 단독ㆍ합의ㆍ항소심 재판부를 중심으로 전자소송이 시범 운영된다. 법원은 개선 작업을 한 뒤 2020년쯤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전자소송은 2010년 특허 사건을 시작으로 시행돼, 현재 형사 사건을 제외한 모든 재판 업무에 적용되고 있다. 민사 사건을 보면 올 초부터 5월 말까지 접수된 사건의 67.4%가 전자소송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록을 전자화하면 번거로움을 더는 것에 더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형사 사건에서 피고인이 기록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접하느냐가 방어권의 관건”이라며 “기록의 전자사본을 쉽게 구하면 피고인은 방어논리를 그만큼 철저히 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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