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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르네상스] 먹고 놀고 한 해 매출 100억… 스페인 ‘라토마티나’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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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르네상스] 먹고 놀고 한 해 매출 100억… 스페인 ‘라토마티나’ 부럽지 않다

입력
2018.08.03 04:40
수정
2018.08.03 16: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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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차고 당도 높은 명품 토마토

팔당호 주변 일급수 환경에서

일반적 식물호르몬 수정 아닌

벌이 날아다니며 친환경 수정

#16년째 이어진 토마토 축제

토마토 던지고 슬라이드 타고

단 3일간의 행사에 30만명 방문

관람객 재방문 비율 50% 육박

지난 6월 22~24일 경기 광주시에서 열린 ‘제16회 퇴촌토마토 축제’ 현장에서 어린이들이 토마토 풀에 들어가 즐거워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지난 6월 22~24일 경기 광주시에서 열린 ‘제16회 퇴촌토마토 축제’ 현장에서 어린이들이 토마토 풀에 들어가 즐거워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스페인 발렌시아의 작은 마을 부뇰은 세계적인 토마토 축제 ‘라토마티나’로 유명하다. 토마토의 붉은 색채처럼 스페인의 열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축제의 백미는 ‘토마토 던지기’다. 마을 중심에 있는 푸에블로 광장에서 준비된 토마토 10만㎏을 참가자들이 서로에게 집어 던지는 이벤트는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전쟁’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다.

국내에도 스페인 부뇰 못지않게 토마토로 유명한 곳이 있다. 바로 경기 광주시다. 광주시 퇴촌면에서는 1970년대부터 토마토가 특산물로 자리잡았다. 현재 재배농가만 144곳, 면적은 41.7ha에 이른다.

퇴촌 토마토는 상수원보호구역인 팔당호 주변의 깨끗한 자연과 ‘수정 벌 재배방식’이 빚어내 다른 지역보다 당도와 산도가 높고 육질이 단단하기로 이름나 있다.

일반적인 토마토 재배방식은 수정을 위해 식물호르몬제(토마토톤)를 일일이 꽃송이에 뿌려주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곳 농가는 벌을 이용해 수정한다. 벌들이 끝이 뾰족하게 젖혀진 노란 토마토 꽃을 다니며 열심히 꿀을 빼먹는 사이, 벌의 발끝에 묻은 꽃가루가 옮겨져 자연스럽게 수정이 이뤄진다. 호르몬 수정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니 노동량이 줄고, 농약을 사용하면 수정벌이 살 수 없으니 무 농약 재배가 입증된다. 속이 알차고 품질이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상택 광주시 농업정책과 농산유통팀장은 “토양마저도 유용미생물로 관리, 라이코펜 성분이 풍부한 토마토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가 배양해 보급한 유용미생물은 토양 내 유기물을 분해해 물리성 개선과 유해 미생물 활동억제, 전염병 예방 등의 효과를 낸다.

경기 광주시 한 농가가 재배 중인 토마토 꽃에서 벌이 꿀을 빼먹는 모습. 이 과정에서 벌의 발끝에 묻은 꽃가루가 옮겨져 자연스럽게 수정이 이뤄진다. 광주시 제공
경기 광주시 한 농가가 재배 중인 토마토 꽃에서 벌이 꿀을 빼먹는 모습. 이 과정에서 벌의 발끝에 묻은 꽃가루가 옮겨져 자연스럽게 수정이 이뤄진다. 광주시 제공

▦연간 ‘100억원’ 먹거리 효자… 퇴촌 토마토

광주시 퇴촌 토마토 재배농가들이 토마토를 생산해 벌어들이는 연평균 매출은 99억3,000만원이나 된다. 1농가당 7,000만원에 육박하는 액수다. 재배기간(3,4개월)이 짧은 것을 감안하면 경제성이 높은 작목인 셈이다.

농가의 수입을 뒷받침하는 최대 이벤트는 16년째 이어지고 있는 ‘퇴촌토마토축제’다. 축제는 해마다 6월에 단 3일간 펼쳐지는데, 매년 25만~30만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그래픽 김경진 기자
그래픽 김경진 기자

축제에서 스페인 부뇰의 ‘토마토 던지기’처럼 눈길을 끄는 이색 콘텐츠가 바로 ‘토마토 풀장’이다. 붉은 토마토가 깔린 풀장 2곳에서 토마토를 던지고 슬라이드를 타는 ‘오감만족형’ 프로그램이다. 체험비가 1인 30분 기준으로 7,000원이며, 올해 축제에서만 1,000여명이 이용했다. 축제에서는 또 토마토를 주제로 한 요리경연대회, 피자도우쇼, 문화공연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토마토를 직접 수확해 보는 체험프로그램도 있다. 행사장 인근 토마토 농장에서 1인당 단 8,000원을 내면 무려 2㎏의 토마토를 따서 가져갈 수 있다.

농가 직거래장터는 소비자를 위한 특별 서비스다. 중간 유통과정 없이 바로 수확해 현장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싼값에 신선한 토마토를 구매할 수 있다. 일반 완숙토마토(슈퍼도태랑)와 방울토마토(미니찰), 대추토마토(지코노랑, 지코레드), 흙토마토(올메카) 등 다양한 품종의 토마토를 맛볼 수 있는 기회는 덤이다.

볼거리와 먹거리 등이 한데 어우러지는 축제는 농가 소득에도 ‘효자’ 노릇을 한다. 2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6월22~24일 열린 축제에서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현장에 준비한 5㎏들이 토마토 9,456상자가 완판되는 신기록을 썼다. 재방문 비율도 높아 관람객 2명 중 1명(47.6%)이 2회 이상 찾은 소비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박 팀장은 “몸에도 좋고 맛도 뛰어나 퇴촌 토마토를 한 번 맛본 시민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매년 축제장을 찾고 있다”고 웃었다.

광주시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축제를 만들기 위해 그 동안의 노하우를 누적할 수 있는 사무국을 별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명품 토마토 ‘육성’... 가공식품 개발도

광주시는 토마토를 특화작목으로 키우기 위해 2015년부터 ‘광주토마토 명품화 육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기술과 수정벌 보급 ▦홍수기 출하된 토마토를 가공ㆍ이용하기 위한 저온저장시설 설치 ▦직판장을 활용한 토마토 소포장재 보급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기상재해 대비 병해충 및 연작장해 개선 기술보급 ▦다수확 토마토 농장 조성사업 등도 있다.

시는 판로확대를 위해 가공식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토마토막걸리(대농바이오), 토마토고추장, 토마토간장, 토마토 청국장, 토마토 식초, 토마토 소스(토마토 아틀리에)는 이미 생산돼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신동헌 광주시장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항암효과, 고혈압 등에 효능이 큰 토마토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토마토 산업을 집중 육성해 광주시를 스페인 부뇰 못지 않은 토마토도시로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경기)=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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