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오면 얼굴이 생기고 턱이 생기는 당신. 밤의 눈은 당신을 바라보고 나는 밤을 바라봐요. 밤의 깊은 곳에서부터 당신, 밤, 나, 이러하지요. 좋아 보여, 당신에게 어제가 나타날 때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고, 나는 당신 곁으로 갈 수 있지요. 당신과 나의 발은 사라진 존재들이 깃든 부식토가 움직이는 거리에.

밤에 식당에 갔는데 자리가 없었어요. 새로 생겨 모든 것이 희고 깨끗한 곳에서 주문부터 해야 했는데, 마침 벽에는 티베트 고원 사진이 걸려 있었어요. 이런 현실에서 비롯된 시일수도 있어요. 그러나 밤이 와서 그래, 자리가 없어서 그래, 티베트여서 그래, 그래⋯그래⋯그래, 짐짓 무심함을 가장한 이 눈빛을 자꾸 우물거리게 되는 것은, 어제보다 좋아 보여, 이 말 만들고 싶기 때문이에요.

내일 만나요. 이렇게 인사합니다. 당신은 밤에 와요. 우리는 이제 조금 달라진 방식으로 살 거예요. 밤이 와서 그래. 당신을 나타나게 하는 밤을 나는 볼 수 있어요. 너무 가까이 바라보는 티베트여서 그래. 고원 너머에서 당신은 떠올라요. 오늘이 내일로 바뀌는 그 시간. 그러니까, 내일도 만나요. 참 높은 정신이었던 당신. 그리고 참 좋은 사람이었던 당신. 한 날 나란히 이승의 옷 벗은.

이원 시인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