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남매의 엄마 김진아(38)씨는 지난달 연합뉴스TV ‘나라가 애 키워준다? 다둥이 가족의 속사정’ 기사에 들어가는 인터뷰를 했다가 악성 댓글(악플)에 시달렸다. 다자녀 가정이 체감할 수 있는 정부 혜택이 거의 없다는 내용이었는데, 네티즌들은 ‘짐승도 아니고 그냥 다 싸질러놨네’, ‘뭘 그리 많이 낳냐, 햄스터냐’, ‘다가족 보면 부모들이 미개하더라’는 등의 악플이 달렸다.

김씨는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까 두려워 이 뉴스와 댓글을 보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16살 첫째를 비롯한 아이들은 기사를 보고 화면을 캡처해 댓글들을 다 모아놨다. 아이들은 악플을 단 사람들을 놔두면 다른 사람들한테 이런 댓글을 또 달 것이라며 신고를 하자고 엄마를 설득했다. 김씨 가족은 모욕과 명예훼손 정도가 심각한 67건을 추려 24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고소했다.

7남매의 엄마 김진아(가운데 마이크를 잡은 이)씨가 자신의 가족을 향해 악플을 단 네티즌들을 24일 고소하기 전 서울경찰청 앞에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 페이스북 캡쳐

김씨는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고소장에 댓글들을 일일이 다 써야 했다. 하나씩 쓸 때 볼펜 몇 개를 부러뜨리고 종이를 찢어버리고.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면서 “악플 때문에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연예인의 심정을 고스란히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는 ‘베이비 머신’, ‘애 낳는 기계’라며 자신을 공격한 댓글이 가장 아팠다고 했다.

김씨가 악플을 단 네티즌들을 고소했다는 기사가 나가자 또 악플이 달렸다. 김씨는 “댓글을 달면 끝인 줄 아는 것 같다. 당신의 손가락으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유 없이 욕을 들어보라고 하고 싶다. 이건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24일 김씨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가진 ‘정치하는엄마들’의 조성실 공동대표는 “최근 안희정 전 충남지사 관련 기사나 예멘 난민 기사, 퀴어 퍼레이드 기사, 혜화역 시위 기사 등에 달린 댓글을 보면 성인도 읽기 힘든 수준이다. 내 아이가 한글을 읽게 되는 것이 두려울 정도”라며 정부에 혐오표현 규제법 추진을 주문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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