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77인의 영웅’ 제작발표
옥천 당재터널 사고가 모티브
대구ㆍ경북 청년예술가들 참여
이달 31일부터 이틀간 무대에
당시 현장감독 등 ‘77회’ 만들어
해마다 개통일에 위령제 지내
뮤지컬 ‘77인의 영웅'에 참가한 청년 배우들이 대구 남구의 공연장에서 작품의 배경을 들으며 리허설을 하고 있다. 코리아파파로티문화재단 제공
경부고속도로 공사 당시 감독자 모임인 ‘77회’ 박경부 회장(사진 오른쪽)과 심완식 부회장이 최근 서울의 한 식당에서 뮤지컬 ‘77인의 영웅'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심지훈기자
뮤지컬 ‘77인의 영웅'의 젊은 출연진들이 대구 남구의 공연연습장에서 뮤지컬을 연습하고 있다. 코리아파파로티문화재단 제공

“1970년 7월7일 개통한 경부고속도로 공사 때 77명의 노동자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선배들의 피와 땀의 역사를 기억하고자 지역 청년예술가 77명이 뮤지컬을 만들었습니다.”

총길이 428㎞ 경부고속도로 공사 당시 희생된 77명을 추모하기 위해 경북‧대구지역 청년예술가 77명이 참여해 만든 뮤지컬 ‘77인의 영웅’ 제작발표회 및 갈라콘서트가 1일 경북 김천시청 대강당과 한국전력기술 1층 로비에서 각각 열린다. 본 공연은 31일부터 이틀간 김천문화예술회관에서 총 4회 열린다.

뮤지컬 ‘77인의 영웅’은 지난해 경북도가 주최한 ‘청년 창조오디션 공모사업’에 선정돼 제작된 것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도 톡톡히 내고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후원하는 이 뮤지컬은 김천에 기반을 둔 코리아파파로티문화재단이 주관하고, 김천 출신 뮤지컬 감독 이응규씨가 연출을 맡았다. 주연을 맡은 뮤지컬 유망주 정태준, 박혜민을 비롯해 20~30대 지역 청년예술가들이 대거 기용됐다.

박경식 코리아파파로티문화재단 이사장은 “이 뮤지컬의 모티브를 역사 사건에서 따왔기 때문에 청년예술가 77명에게 가장 먼저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희생의 의미를 명확하게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 뮤지컬은 경부고속도로 건설사(史)에서 가장 많은 인명사고를 낸 충북 옥천군 ‘당재터널 사고’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1969년 9월 상행선 590m, 하행선 530m길이의 당재터널 공사구간은 석질이 물러 천장이 무너지는 바람에 7명의 희생자를 냈다.

터널 희생자 등 전 공사구간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동료들을 추모하기 위해 금강휴게소에 위령탑이 서고, 1971년 7월7일에는 제막식이 치러졌다. 이 행사를 계기로 현장감독자 30여명이 ‘경부고속도로 개통일과 함께 이들 77인의 희생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77회’를 만들었다. 올해로 48년째 7월7일이면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을 지낸 박경부(80) 77회 회장은 “1971년 첫 위령제부터 한 번도 빠진 적 없는데, 올해도 그랬듯 위령제를 지낼 때마다 비가 온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 뮤지컬이 고인들의 넋을 달래는 데 큰 힘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시 건설교통부 7급 공무원이었던 박 회장은 경부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직접 이들의 딱한 사정을 접하고는 예산까지 편성해 위령탑을 세운 ‘숨은 공신’이다.

당시 당재터널 공사 감독이었던 심완식(81ᆞ육사 18기) 부회장은 “당재터널 사고가 건설인생 최대의 고비였다”며 “경부고속도로는 그냥 도로가 아니라 선배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대역사라는 걸 후배들이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 부회장은 대구공설운동장에서 열린 경부고속도로 개통식에서 현장 노동자들을 대표해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뮤지컬 남자 주인공 정태준(32)씨는 “우리가 잊고 있던 상처를 드러내어 온전히 치유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여주인공 박혜민(27)씨는 “역사의 숨겨진 희생자를 연기한다는 것은 가슴 아프지만 많은 분들이 77인을 기억하고 온정을 보내기 바란다”고 희망했다.

박 이사장은 “앞으로 뮤지컬과 연계해 경부고속도로 준공탑이 있는 추풍령휴게소와 위령탑이 있는 금강휴게소, 현재 와인창고로 사용 중인 당재터널을 묶어 청년들을 위한 현장답사 프로그램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부고속도로는 1968년 2월1일 첫 삽을 뜬 후 당재터널 공사를 마지막으로 1970년 7월7일 완공될 때까지 2년5개월 동안 890만명이 투입됐다. 공사비만 당시 한 해 국가 예산의 23.6%인 429억7,300만원이 쓰였다. 추풍령휴게소에 준공탑이 우뚝 선 것은 딱 중간지점(214㎞)이기 때문이다.

김천=심지훈기자 s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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