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한 제일제강 주가 '보물선 테마주' 인식 후 이상 급등

신일그룹 대표가 인수한 제일제강 주가
‘보물선 테마주’ 인식 후 이상 급등
신일그룹이 지난 15일 오전 9시 50분쯤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에서 1.3㎞ 떨어진 수심 434m 지점에서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며 17일 공개한 사진.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의 1급 철갑순양함 드미트리 돈스코이(Dmitri Donskoii)호는 1905년 러일전쟁에 참전했다가 침몰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110여 년 전 침몰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號)’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신일그룹을 상대로 주가 조작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최근 이 회사 대표가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가 ‘보물선 테마주’로 인식되며 주가가 뛰었는데 이 과정에서 시세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24일 신일그룹을 상대로 주가 조작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신일그룹은 지난달 1일 세워진 신생회사로, 지난 17일 울릉도 인근 해저에서 돈스코이호를 발견했으며 선체에 150조원 규모의 금괴가 실려 있다고 주장하면서 주목 받았다. 이 회사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돈스코이호와 관련된 사진과 영상을 추가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이 회사의 행태에 의심쩍은 부분이 많다고 보고 있다.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코스닥 상장사인 제일제강의 최근 주가 흐름이다. 제일제강은 지난 5일 류상미 신일그룹 대표와 최용석 씨피에이파트너스케이알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계약을 맺고 이를 공시했다. 당시 1주당 2,260원이던 제일제강 주가는 별다른 호재가 없는 데도 이튿날부터 급등세를 타더니 신일그룹이 보물선 발견을 발표한 17일엔 상한가(30% 상승)를 치며 4,160원에 거래를 마쳤다. 8거래일 동안 주가가 무려 84% 오른 것이다.

하지만 제일제강이 18일 최용석, 류상미씨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맺긴 했지만 보물선 사업과는 관계 없다고 공시하자 주가는 도로 급락(24일 종가 2,235원)했고, 이 회사 주식을 대거 사들였던 개인투자자들은 피해를 입었다. 금감원은 주가 급등락 과정에서 시세 차익을 노린 작전세력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공매도 증가 등 특이한 징후는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 한국일보]제일제강 주가 변동 송정근 기자/2018-07-24(한국일보)

신일그룹이 실체가 불분명한 회사란 지적도 나온다. 자본금이 1억원에 불과하고 외부감사 대상도 아니라 투자자가 회사 정보를 얻기 어려운 가운데, 시장에선 이 회사가 지난해 시장교란 혐의로 금감원 조사를 받은 신일광채그룹이 이 회사의 전신이란 얘기도 나온다. 신일그룹은 현재 보물선에 담긴 금괴를 담보로 ‘신일골드코인(SCG)’이란 가상화폐를 판매 중인데 신규 회원을 모집한 투자자에게 코인을 더 얹어주는 다단계 방식으로 영업 중이다. 실체가 없는 자산(금괴)을 담보로 상품(가상화폐)을 파는 건 일종의 유사수신 행위로 불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일그룹을 둘러싼 풍문 상당수가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며 “신일그룹의 실체는 물론이고, 최근 제일제강 주가 급등 과정에서 신일그룹 관계자가 얼마나 주가를 사들였는지 등을 세세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외에서 가상화폐를 발행해 법망을 피했더라도 유사수신 혐의가 있다면 수사기관에 통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일그룹은 이날 홈페이지에 “유독 한국에서만 신일골드코인이 모함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공지를 게시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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