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더웠던 1994년 여름
태풍 3개 덕분에 폭염 다소 주춤
태풍 ‘종다리’ 일본 쪽 북상 중
현재 상황으론 큰 도움 안 될 듯
[저작권 한국일보] 태풍 종다리 예상 진로. 강준구 기자

역대 최고 폭염이 찾아왔던 1994년. 그나마 폭염의 기세를 누그러뜨리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 건 태풍이었다. 당시에 버금가는 폭염이 우려되는 올해도 기댈 것은 태풍뿐이라는 얘기들이 나온다. 하지만 피해는 없이 더위만 해소하는 ‘착한 태풍’이 찾아올지는 미지수다. 25일 새벽 괌 부근에서 올해 12번째 태풍이 발생했지만 현재까지 경로로 보면 동해상 진입 시에는 세력이 크게 약화돼 더위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1994년 7월의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18.3일이었지만 8월은 10.4일로 크게 줄었다. 그 사이 찾아온 브렌든(BRENDAN) 등 3개의 태풍 영향이 컸다. 특히 그해 7월16일 중부지방 장마 종료 후 서울은 연일 33도 안팎의 고온 행진을 이어갔는데 7월31일~8월 1일 국내에 영향을 미친 브렌든은 이틀간 서울에 고작 12.9㎜의 비를 내렸지만 최고기온은 29.3도로 떨어졌다. 서울 최고기온이 30도 아래로 떨어진 것은 22일만이었다. 대구는 앞서 일본을 관통한 후 제주 동쪽 해상으로 접근한 태풍 월트(WALT) 덕분에 7월26일의 기온(27.9도)이 전날보다 8도나 떨어졌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1994년이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됐지만 당시 태풍마저 오지 않았다면 훨씬 심각한 폭염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덕분에 8월 전국 폭염일수가 10.4일로 다소나마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역대 폭염일수 1,2위 비교. 강준구 기자

반면 혹서기에 단 하나의 태풍도 오지 않았던 2016년의 양상은 달랐다. 7월의 폭염일수는 전국 평균 5.5일에 불과했지만, 뒤늦게 더위 기세가 오르며 8월에는 폭염일수가 16.7일로 늘어났다. 태풍을 동반하지 않은 비는 더위를 식히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구의 경우 71㎜에 달하는 많은 양의 비가 내렸던 7월24일에도 낮 최고 기온은 36도까지 올랐고 이후 3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비가 더 내렸지만 불볕더위는 그대로 유지됐다. 반 센터장은 “이미 달궈진 곳에 국지적으로 짧게 내리는 소나기보다 같은 양의 비가 온다 해도 구름과 바람을 동반하며 한반도 전체에 비를 내리는 태풍의 효과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하면 그 피해가 막대하고, 멀리 비껴가면 외려 더위를 몰고 오기도 한다는 것도 문제다. 우리 서해를 지나 지난 24일 중국 내륙에서 소멸한 10호 태풍 암필은 더위를 식히기는커녕 한반도 상공에 구름을 몰고 와 복사냉각을 차단, 관측 이래 가장 강력한 열대야를 만든 ‘공범’이 됐다. 강남영 국가태풍센터 예보관은 “태풍이 발생해도 중국 등 서쪽 멀리로 간다면 우리나라에 수증기를 유입시켜 더 덥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괌 북서쪽 1,180㎞ 해상에서 북서진 중인 12호 태풍 종다리(JONGDARIㆍ북한에서 제출한 이름)는28일 오전쯤 일본 도쿄 부근으로 상륙에 독도 동쪽 해상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동쪽을 지나는 태풍은 반시계 방향으로 공기를 빨아들여 북쪽의 찬공기를 유입할 수 있지만, 일본을 지나면서 거의 세력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돼 그 역할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기상청 관계자는 “일본 상륙 후 세력이 약해져 우리 동해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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