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 리턴즈’ ‘나 혼자 산다’ 통해 젊은 감각 뽐내

김용건은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리턴즈’에서 제작진이 요구하지도 않은 국제운전면허증을 준비해 이서진을 배려했다. 방송화면 캡처

앞 코가 뾰족한 레몬 색 구두를 신고 프라하의 카렐교를 거닌다. 입에 안 맞는 이국 음식을 걱정하며 김치나 고추장을 절대 싸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여행가방에는 오로지 셔츠와 재킷, 선글라스, 모자, 신발들로 가득하다. 멋쟁이 20대를 떠올릴 만하다. 하지만 70대. 그렇다고 노년이라는 수식을 붙이기 어렵다. 배우 김용건(72)은 ‘청춘’이라 불러야 더 어울릴 듯하다. 나이를 잊은 그의 패션과 유머 감각은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리턴즈’(‘꽃할배’)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그 뿐 아니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소탈한 면모를 과시하며 ‘소통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1967년 KBS 공채 탤런트로 연기 인생을 시작한지 51년. 세월에 장사 없다지만 그는 오히려 푸릇푸릇한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자리양보는 필수! 나이 잊은 ‘소통왕’

“심부름 왔어. 나이 어린 내가 내려와야지” 지난 20일 방송된 ‘꽃할배’에서 ‘막내’ 김용건은 박근형(78)이 카페에 두고 온 손주들 선물을 가지러 갔다. 다행히 제작진이 앉아 있던 자리에 놓여 있던, 길게 비닐로 포장된 물건을 보고 김용건은 “이게 뭐야. 황태인 줄 알았네”라며 제작진에게 농담을 건넸다. 이때 제작진은 자리에 앉아있고, 김용건은 서서 이야기를 한다. 처음부터 ‘꽃할배’를 본 시청자라면 전혀 어색한 장면이 아니다. 그는 독일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첫 여정을 시작할 때부터 의자에 앉질 않았다. “형님, 앉으세요. 저는 젊어서 괜찮아요” “나는 짐을 지켜야지”… 큰 여행가방을 끌고 지하철을 탈 때도 그는 형님들의 짐을 지키고 서있는 파수꾼 같았다. 나영석 PD나 작가들이 자리를 양보하려고 하면 “됐어 됐어. 앉아있으라”며 극구 사양한다.

나 PD는 “그 연령대 어르신은 보통 말이 없고 무뚝뚝하시지만 김용건 선생님에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 PD는 열흘 동안 김용건과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도움을 드리기보다 오히려 받았다”고 했다. ‘내가 여기서 뭘 하면 되나’ ‘내가 어떤 쓰임이 있나’를 늘 생각하는 분 같았다고. “보통 그러기 쉽지 않아요. 예능을 해보면 출연자들은 자신의 역할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거든요.”

김용건은 싱거운 농담으로 상대방의 긴장을 풀며 접근한다. 열차 출발이 늦자 “조금 서두르라고 얘기할까요?”라며 지루한 분위기를 깨고, 박근형과 아침을 먹으며 “제가 82㎏ 나가요. 입술을 좀 빼야 해. 한 20㎏ 나가니까”라고 유쾌한 식사를 이어갔다. 김용건의 별명은 이름에 빗댄 ‘건건이’다. “앞으로 김용건 쌤 없는 ‘꽃할배’는 상상할 수 없다”는 나 PD의 언급은 빈말로 보이지 않는다.

김용건은 tvN ‘꽃보다 할배 리턴즈’에서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의 ‘말벗’이면서 이서진에겐 든든한 조력자다. 방송화면 캡처
도전과 모험 즐기는 진정한 ‘꽃할배’

지금이야 젊은이에게 허물없이 대하고, 괜히 무게잡지 않는 소통의 달인으로 통하지만 예전 그의 이미지는 진중 또는 고지식이었다. 그는 MBC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1980~2002)에서 김 회장(최불암)의 장남 김용진으로 22년을 살았다. 부모님 말씀을 무조건 따르며 삼강오륜을 미덕으로 삼는, 전통적 장남의 표상이었다.

그는 MBC 드라마 ‘서울의 달’(1994)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그가 맡은 배역은 ‘제비족 박 선생’이었다. 카바레에서 여성들에게 춤을 가르쳐준다며 접근해 돈을 뜯는 사기꾼 역할이다. 농촌 지역 군청에서 일하는 모범 가장처럼 보였던 그가 달동네 단칸 방에서 아줌마들과 춤 연습을 하는 모습은 파격이었다. ‘서울의 달’은 애초 공영성 강한 KBS 전파를 타기로 했다가 MBC에서 방송됐던 문제적 드라마였다. ‘서울의 달’의 김운경 작가는 "김 작가는 “생소하고 어려웠을 연기인데도 김용건 선생이 춤 연습을 하며 후배들에게 모범이 돼줬다”고 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는 이후 변신을 거듭했다. MBC 시트콤 ‘세 친구’(2000)에서는 이의정을 짝사랑하는 노총각 삼류 작가로 카메오 출연했고, JTBC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2017)에선 까마득한 후배 김선아와 로맨스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영화 ‘가문의 부활- 가문의 영광3’(2006)와 ‘미녀는 괴로워’(2006), ‘굿바이 싱글’(2016)에서는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김용건은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하는 등 모험을 즐겼다. MBC 제공
김용건은 어머니의 옷 선물을 골라달라는 전현무의 요청에 흔쾌히 나섰다. MBC 제공

이혼 후 20년 넘게 살아온 싱글라이프를 보여줘야 하는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출연에도 용기를 냈다. 온화하고 다정다감한 이미지는 이때부터 형성됐다. ‘나 혼자 산다’에서 김용건은 막내 아들뻘 되는 가수 강남과 캐나다를 여행하며 나이를 잊은 우정을 나눴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유람선을 타고, 고층에서 ‘엣지 워크’(옥상 끝을 걷는 것)에 도전하는 익스트림 스포츠도 즐겼다. 배우 김혜수는 그런 그에게 “정말 깜짝 놀랐다. 선생님은 마인드도 컨디션도 굉장히 젊으시다”며 “되게 멋지시다”면서 노년의 열정에 감탄했다. 김용건은 ‘나 혼자 산다’로 젊은 감각을 뽐내며 도전을 즐겼다. 록페스티벌을 찾아 음악에 심취해 무대에 올랐고, 패러글라이딩 도전으로 생일을 자축했다.

김용건은 최근까지 온라인 쇼핑몰과 통신업체 CF광고에 출연했다. 도전과 모험을 즐기는 그의 이미지가 반영됐다. 김경남 대중문화평론가는 “김용건은 멋지게 늙는 법을 아는 배우로, 노년층에게 현시대에 맞는 역할을 제시하며 롤모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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