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이상은 ‘날으는 날으는 원더우먼’으로 시작하는 미국 드라마 주제가를 기억할 것이다. ‘원더우먼’은 최근에 다시 영화로도 만들어져 요즘 세대에게도 낯설지 않다. 사실 원더우먼은 슈퍼맨처럼 스스로 하늘을 날지는 않는다. 투명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데, ‘투명’하다 보니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날으는’이 아니라 ‘나는’이 맞는 표기인데, 노랫말에 ‘나는’ 대신에 ‘날으는’을 쓴 경우는 이 외에도 꽤 있다. 맞춤법을 몰라서일 수도 있지만, 박자를 맞추려고 일부러 쓴 경우도 있는 듯하다. 사실 노랫말이나 시, 상품명 등은 창작물에 속하기 때문에 맞춤법에 예외인 것으로 보기도 한다. 흔히 ‘시적 허용’이라고 부르는 것의 확대로 여기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까지 맞춤법의 잣대를 대서 고치라고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노랫말로 허용됐다고 해서 그것을 맞는 표기로 허용한 것은 아니기에, 노래나 광고로 맞춤법을 익히는 것은 위험하다.

‘날으는’이 아니라 ‘나는’으로 적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말에서 어간이 ‘ㄹ’로 끝나는 동사나 형용사가 독특하게 활용을 하기 때문이다. ‘날다’, ‘놀다’, ‘저물다’와 같은 말은 어간 ‘날-’, ‘놀-’, ‘저물-’에 ‘ㄴ’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결합하면 어간의 ‘ㄹ’이 탈락한다. 그래서 ‘놀으는 아이들’, ‘저물으는 해’가 아니라 ‘노는 아이들’, ‘저무는 해’가 되는 것이다. 특정한 어미와 결합할 때 어간의 일부가 탈락하는 것으로는 ‘잠그다’와 같은 말도 있다. ‘잠그다’, ‘담그다’와 같이 어간이 ‘ㅡ’로 끝나는 말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결합하면 ‘ㅡ’가 탈락하여 ‘잠가’, ‘담가’가 된다. 이것을 ‘잠궈’, ‘담궈’로 표기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운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