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레알 마드리드 부진 때
베니테즈 감독 후임 깜짝 등장
챔스리그 사상 첫 3연패 일궈내
재능 알아보고 창의성 일깨워줘
콧대 높은 레알 선수들도 “존경”
선수·코치·감독 챔스 우승 경험한
전무후무 스타 플레이어 명감독
지네딘 지단이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바카라트가 만든 ‘지단의 크리스탈 발’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2016년 1월 세계 최강 군단 레알 마드리드는 시즌 도중 라파엘 베니테즈(58)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안방에서 열린 엘 클라시코 0-4 참패 등 팀의 이름에 걸맞지 않은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 하지만 그의 후임이 ‘필드의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46)이라는 것에 세계는 깜짝 놀랐다. 당시 지단의 유일한 감독 경력은 레알 마드리드 2군인 카스티야에서 2년뿐이었다. 아무리 슈퍼스타출신이라지만 지도자로서는 변변한 경력이 없던 초보 감독이 거대 구단 레알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단은 중간에 들어간 2015~16년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했고, 다음 시즌 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까지 더블(2관왕)을 작성했다. 2017~18시즌엔 리그에서 3위에 머물며 다소 고전했지만, 결국 챔피언스리그를 품으면서 사상 첫 3연패 감독으로 우뚝 섰다.

지단은 레알의 감독직을 역임했던 지난 878일 동안 불과 3시즌에 걸쳐 무려 9개의 우승트로피를 구단에 선물하며 ‘스타플레이어는 명감독이 될 수 없다’는 말을 보란 듯 뒤집어 버렸다. 특히 챔피언스리그 3연패는 두고두고 세계 축구 역사에 남을 놀라운 업적이다.

또한 지단은 레알에서 선수-코치-감독으로서 모두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진기록도 세웠다. 감독 경력 동안 각종 대회에서 총 7번의 결승전에서 모두 우승하며 ‘결승 불패’의 신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렇게 초자 감독 지단은 불과 3시즌 만에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박수칠 때 떠난 지단

하지만 지단은 지난 5월말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확정 짓자마자 돌연 사임을 발표했다. 구단은 더 머물기를 바란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단은 ‘소신과 철학’을 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지단은 구단을 떠나며 “레알엔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팀을 위해, 또 나를 위해 지금이 떠나야 할 때”라고 밝혔다.

레알을 떠난 지단의 향후 진로에도 관심이 쏟아졌다. 최근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에 이어 지단도 유벤투스(이탈리아)에 합류할 것이라는 현지 언론들의 전망이 나왔다. 다만 감독이 아닌, 구단 기술이사를 보좌하는 새로운 자리다. 선수단 운영 과정에 조언자로 가세한다는 것이다.

향후 프랑스 국가대표 감독을 맡을 가장 유력한 인물로도 꼽힌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를 우승에 올려놓은 디디에 데샹 감독은 “이후 지단은 무조건 언젠가는 대표팀 감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뛰어난 리더십으로 레알 전성기 열어

레알과 같은 빅클럽에선 감독이 뛰어난 전술만 가지고는 성공하기 어렵다. 선수단 장악력과 구단 내ㆍ외부와 원활한 관계 유지 등 다양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레알은 자의식 강한 스타들의 집합소다.

지단은 뛰어난 리더십으로 레알의 전성기를 열었다. 자신의 전술 철학이 아니라 팀에 주어진 자원들을 잘 조합해 최상의 전술을 만들어내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스타 선수들에게 세부적인 지시를 하기보다 창의성을 발휘할 여지를 제공한 것. “확고한 축구 철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보다도 유연하고 실용적인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뛰어난 선수를 알아보는 눈 또한 탁월했다. 라파엘 바란(25)을 레알로 영입할 당시 직접 전화를 건 일화는 유명하다. 또 입단 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이스코(26)도 지단 감독 부임 이후 재능을 꽃피웠다.

지단의 팀 장악엔 완벽에 가까운 선수 경력이 큰 도움이 됐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레알 선수들은 그를 존경했기에 믿고 따랐다. 지단의 사임 소식이 알려졌을 때 선수들은 진한 아쉬움을 전했다. 호날두는 SNS계정에 “지단의 선수였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면서 “정말 고맙다”고 했다. 세르히오 라모스(32)도 “선수로도, 감독으로도 당신은 최고였다”면서 “레알 마드리드에 ‘성공’이란 단어를 심어준 유산은 남을 것”이라고 했고 마르셀로(30)는 “일과 열정, 겸손까지 역사를 만든 분”이라고 평가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결승전에서의 지단의 모습. AFP 연합뉴스.
화려했던 선수 시절

선수로서 지단은 위대했다. A매치 첫 출전부터 인상적인 데뷔골을 기록하며 최고 스타플레이어의 등장을 알렸다. 1994년 8월 프랑스와 체코의 친선전, 0-2로 끌려가던 후반전에 교체 선수로 나섰다. 그 경기에서 수비수 2명을 제치고 인상적인 중거리 골과 코너킥에 이은 헤더로 경기를 극적인 무승부로 이끌었다.

당시 프랑스는 월드컵 진출 실패 등 ‘저주받은 세대’로 전락해 있었다. 하지만 지단이 국가대표에 가담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단은 레블뢰 군단을 이끌고 유로 96 4강, 월드컵 우승(1998), 유로 2000 우승(MVP), 월드컵 준우승(2006) 등 굵직한 역사를 써 내려갔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지네딘 지단은

-본명 : 지네딘 야지드 지단

-출생 : 1972년 프랑스 마르세유

-선수시절 : AS 칸(1989~1992). 지롱댕 보르도(1992~1996). 유벤투스(1996~2001), 레알 마드리드(2001~2006)

-국가대표 : 1994~2006년. 108경기 31골

-클럽 : 681경기 125골

-지도자 경력 : 레알 마드리드 수석코치(2013~2014).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2군 2014~2016). 레알 마드리드(2016~2018)

-수상 : 피파 올해의 선수상(1998, 200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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