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통령과 찍은 사진 논란에
월드컵 조기 탈락 책임 전가까지
“경기에 지면 이민자 취급” 분노
독일 대표팀 메수트 외질이 지난 2018러시아월드컵 멕시코와 경기에서 넘어져 있다. EPA 연합뉴스

독일 축구 대표팀의 간판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30ㆍ아스날)이 “인종차별과 무례함을 느끼는 상황에서 더는 독일을 대표해 뛸 수 없다”며 돌연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외질은 23일(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 동안 독일을 대표해서 뛰는데 자부심을 느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독일축구협회는 이길 땐 나를 독일인으로, 질 땐 이민자로 취급했다”고 분개했다.

외질은 지난 5월 영국 런던에서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만난 자리에서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공개돼 큰 논란에 휩싸였다. 터키 출신 이민자 부모를 둔 외질이 선거를 앞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이용당했다는 것이다. 독일 팬들은 외질을 향해 ‘민족적 정체성이 의심된다’며 거친 비난을 퍼부었다. 그를 독일 대표팀 월드컵 명단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이 최악의 경기력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자 외질에 대한 비판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올리버 비어호프 독일 대표팀 단장은 대회 후 “우리는 외질과 성공하지 못했다. 외질 없는 월드컵을 고려했어야 했다”며 그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8일 외질의 아버지 무스타파 외질이 독일 빌트와 인터뷰에서 “아들은 지난 9년 간 독일을 위해 뛰었고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승리하면 ‘우리’가 이겼다 하고, 지면 ‘외질 때문에 졌다’고 말한다”고 분통을 터뜨리며 대표팀 은퇴를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질의 돌발 은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여론도 강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국 내 인권탄압과 민주주의 훼손을 이유로 서방세계에서 독재자로 평가 받는 인물인데 외질이 간접 선거 운동을 해주고도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터키는 지난해 독일 일간지 ‘디 벨트’의 데니츠 위첼 기자를 1년간 억류하며 독일과 관계가 악화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올해 터키의 언론자유지수를 최하위권에 해당하는 180개국 가운데 157위로 평가하며 ‘세계 최대의 언론 감옥’이라고 묘사한 바 있다. 독일 빌트는 이날 “외질이 에르도안 대통령과 만남을 언급하며 에르도안이 이슬람 독재로 전환하고 기자들이 감옥에 가는 점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일 언론은 그의 경기력을 비판했지 그의 뿌리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는데, 외질은 희생자 역할에 심취했다”고 꼬집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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