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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독과점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입력
2018.07.2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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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의 하반기 상임위가 정해졌다. 영화 저널리즘 쪽 일을 하면서 국회 상임위에 관심 가질 일이 많진 않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다. 작은 기대감 때문이다. 바로 독과점 해결에 대한 법안 문제다. 소수의 영화가 상영관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그 결과 영화산업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다수의 영화가 피해를 입는 독과점은 현재 한국영화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작년 11월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하 ‘영비법 개정안’)은 바로 이 부분을 해결하려는 법안. 영화진흥위원회의 기능에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추가하고, 대기업 직영 상영관의 영화 상영 비율에 대한 시정 조치 등이 포함되어 있다. 독과점 해결의 초석이 될, 한국영화계로는 매우 중요한 법안으로 현재 소관위 접수 상태다.

그렇다면 ‘영비법 개정안’은 이번 상임위를 통과해 국회 본회의까지 갈 수 있을까? 일단 변화가 있었다. 20대 국회 전반기까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였는데 하반기가 되면서 ‘교육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가 분리되었다. 지나치게 넓었던 업무 범위를 세분화시킨 조치다. 그렇게 출범한 ‘문체위’ 1기의 구성원은 다음과 같다. 위원장은 안민석(민주당). 간사는 손혜원(민주당) 박인숙(한국당) 이동섭(바른미래당) 최경환(평화당)이다. 위원으론 소병훈 우상호 유은혜 이상헌 정세균(이상 민주당) 김재원 염동렬 조경태 조훈현 한선교 홍문표(이상 한국당) 김수민(바른미래당)이다.

라인업만 놓고 보면, 다소 절망적이다. 일단 ‘영비법 개정안’의 대표 발의자인 조승래 의원이 교육위원회로 갔다. 발의에 참여했던 의원들 중 현재 문체위 소속은 위원장인 안민석 의원과 유은혜 의원 정도다. 영화계로선 압력 단체들의 좀 더 적극적인 로비와 접촉이 필요하다. 전반기 국회 때 ‘한국영화시장 독과점 현황과 개선’이라는 세미나가 열리고 발의가 이뤄졌다면, 이젠 현실적인 성과를 거둬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그저 영화에 관심 있는 몇몇 여당 국회의원들만 바라보고 있자고? 그렇게 한가한 상황은 아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영화계가 전투적으로 부딪히지 않으면 이 법안은 ‘문체위’에 계류 중인 300개가 넘는 법안들 중 하나로서 조용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제대로 안 굴러가는 20대 국회이기에 드는 걱정 아닌 걱정이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전열을 가다듬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리고 결코 뒤늦지 않은,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우린, 한국영화계의 구성원들은, 독과점이 사라지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가? 조금은 솔직해지자. 10년 넘게 대기업 배급망과 멀티플렉스 체인을 독과점의 원흉으로 비난해왔지만, 독과점 시스템으로 인해 혜택을 보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침묵도 이젠 언급해야 한다. 흥행의 중심에 있는 그들에게 독과점은 마치 로또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스스로 그 모순을 지적하고, 배급의 규모를 합리화하자고 주장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독과점은 긴 세월 동안 그런 방관 속에서, 제어할 수 없는 자본의 논리가 만들어낸 공룡 같은 존재다. 이젠 그 공룡이 산업 전체를 삼키고 있다. 속수무책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계의 독과점은 한국 사회 전반의 폭력적인 구조를 반영하는 축소판이기도 하며, 이젠 제도를 통해 서서히 해체 과정에 들어가야 할 적폐 중 하나이다.

긴 싸움을 끝낼 때가 되었다. 언제까지 세미나만 하고 있을 건가. 이젠 독과점으로 덕 봤던 사람들도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아니,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영비법 개정’이라는 마지막 희망은 놓지 말자.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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