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10대 학생들이 교사의 말을 열심히 받아 적으며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인도 수도 델리 지역은 7월부터 입시 위주의 암기식 교육을 탈피하고자 행복 수업을 교과 과정에 도입했다. AP 연합뉴스

“All is well(알 이즈 웰).” 무한 경쟁을 뚫고 인도 최고의 명문대 공대에 어렵사리 입학했지만, 행복과는 거리가 먼 학생들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인도 영화 ‘세 얼간이’에 나오는 명대사다. 학창시절 내내 천재 소리를 들으며 승승장구했지만 좋은 직장에 들어가 돈을 많이 버는 것 말고는 인생의 목표가 없던 이들의 모습은 인도 청소년들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지난 4년 간 인도의 10대 청소년 자살은 3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도 학생들의 행복지수는 낮다.

인도 수도 델리의 교육 당국이 이달부터 공립학교에 다니는 유치원생부터 중학생에 이르는 10만명을 대상으로 이른바 행복 수업을 정식 교과 과정으로 도입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교육부 장관을 겸하고 있는 마니쉬 시소디아 델리 부지사는 지난 달 “경제발전이 본격화한 이후 인도 교육은 각 산업 분야에서 쓸 수 있는 전문가들을 대량으로 배출하는데 기여했지만, 이들을 전인적 인간으로 키워냈는지는 의문”이라며 앞으로의 교육 정책을 학업성취도 향상이 아닌 학생들의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행복 수업은 여러 형태로 이뤄진다. 수업을 시작하기 45분 전 아이들은 명상과 운동으로 심신의 안정을 꾀하기도 한다. 수업 시간에도 노트에 고개를 박고 칠판에 적힌 내용을 받아쓰기에만 급급했던 아이들은 교사들과 눈을 마주치며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다.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 편지 쓰기를 하는 학교도 있다. 별도의 필기 시험은 없고, 아이들의 행복상태를 체크하는 게 주 목적이다.

행복 수업은 입시만을 목표로 한 암기식 교육과 줄 세우기 풍토를 없애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시소디아 부지사가 속한 암 아드미(Aam Aadmi•보통 사람) 정당은 전인 교육을 표방하고 있는데, 뒤처진 아이들을 위해 특별 수업을 편성하는 등 지역 예산의 26%를 교육 분야에 할애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물론 행복 수업이 보여주기 실험에 그칠 것이라는 냉소적 시각도 여전하다. 바티 다바스 교사는 “35분 동안 80명에 달하는 반 아이들의 마음을 모두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행복수업보다는 학교 시설과 교사 인원을 늘리는 등 인프라 개선이 급선무라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입시 제도와 암기 중심의 교육이 건재 하는 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없을 것이란 회의론도 만만찮다.

하지만 티베트의 불교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행복 수업 정책 발표 행사에 참석해 “현대 교육은 물질적 가치에만 초점을 맞추고 내적 평화는 등한시하고 있다”며 “고대 지식을 겸비한 인도야말로 인간의 감성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고 힘을 보탰다. WP에 따르면 행복수업은 국민총행복지수를 체크하는 부탄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인도뿐 아니라 페루, 멕시코 등 12개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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