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프랑켄슈타인’서 1인 2역 맡은 카이
뮤지컬 배우 카이는 "무대 위에서 더 많은 사람과 공감하기 위해 노래한다"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왕용범 연출가가 느지막한 새벽에 ‘내 ‘프랑켄슈타인’의 첫 번째 변주곡인 네가 너무 기대된다’는 문자를 보냈어요. 눈물이 날 정도로 벅찼어요. 제가 바라왔던 순간이었거든요.”

서울대 성악과를 나와 팝페라 가수로 데뷔한 지 10년. 이제는 뮤지컬 배우로 자리잡은 카이(정기열ㆍ37)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자신만의 캐릭터 해석으로 연일 호평 받고 있다. 그가 맡은 앙리는 절친한 과학자 빅터의 손에서 다시 생명을 얻지만 괴물이 돼버린 인물이다. 1인2역을 연기해야 한다. 국내 창작뮤지컬인 ‘프랑켄슈타인’뿐 아니라 연극 무대에서도 괴물은 대부분 복수심에 가득 찬 캐릭터로 표현되곤 한다. 카이는 괴물을 인간의 불완전성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표현한다. 어눌한 말투로 감정통제와 목표의식이 미완성일 수밖에 없는 괴물을 그린다. 23일 서울 한남동 공연장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그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창조주로부터 저의 표현과 감정을 인정받은 듯한 느낌에 감사하고 기분이 좋았다”며 “관객들도 제 감정에 공감해주셔서, 제게는 참 아름다운 예술적 경험”이라고 말했다.

카이가 팝페라를 시작하게 된 계기 역시 자신의 음악을 표현하고 싶어서였다. “너무나 위대한 괴테의 시에 붙인 슈베르트의 음악이지만, 악보에 쓰인 대로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감점을 받는 대학 수업에서 항상 갈증을 느꼈어요. 클래식 음악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살아 숨 쉴 예술이지만 저는 무대 위에서 웃고 울고 뛰면서 더 많은 사람과 공감하고 싶었거든요.”

‘프랑켄슈타인’은 카이로서도 캐릭터 변화를 크게 이룬 작품이다. 새벽까지 왕 연출가와 상의하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2011년 뮤지컬에 첫 발을 내디딘 그는 깔끔하고, 차분한 소위 ‘도련님’ 역할을 주로 맡았다. 뮤지컬 ‘아리랑’에서 악행을 저지르는 양치성 역으로 배역의 범위를 넓혔다. 그는 “이 도전이 뮤지컬 배우로서의 시발점이 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뮤지컬 ‘벤허’에서는 근육까지 키우며 귀족에서 노예로 전락한 벤허 캐릭터에 몰입했다. “배우는 말과 노래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표현하는 사람이잖아요. 신체 조건도 캐릭터 표현에서 차지하진 부분이 작지 않더라고요. 주변에서 식단 조절을 그렇게까지 무리하게 할 필요가 있냐고 했지만, 저는 노예(신체)에 더 가깝게 가고 싶었습니다.”

카이는 요즘 주변에서 뮤지컬 배우로 크게 성장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그는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을 배움의 장으로 꼽았다. 2016년 복면을 쓴 가수로 무대에 오른 이후 패널 중 한 명으로 거의 매주 출연 중이다. 카이는 “저는 책으로만 공부했는데, 무대에서 공부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노래를 들으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엔 클래식을 전공한 성악가가 대중적 음악을 한다며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를 찾는 성악 전공 후배들이 많다. 자신의 음악을 찾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이 대부분이다. “남 얘기 같지 않고, 예전 제 모습 같은” 마음에 “후배들에게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그는 모교에서 박사 학위과정까지 수료했다. 도움을 요청하는 후배들에게 논리적으로 일러 줄 만큼 스스로가 준비돼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성악가와 뮤지컬 배우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아마 레너드 번스타인에 대한 (박사) 논문을 쓰지 않을까요? 클래식 오페라를 뮤지컬이라는 형태로 확장시킨 작곡가니까요.”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