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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회 사무처의 갑질 행각

입력
2018.07.23 17:30
수정
2018.07.24 09:4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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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영된 MBC PD수첩 '국회의 시크릿가든'편을 봤다면 대부분 울분을 터뜨렸을 것이다. 국회의 특수활동비 내역 공개를 계기로 그들만의 쌈짓돈이 어떻게 배분되고 쓰이는지를 취재한 이 프로그램에서 의원들이 보여 준 뻔뻔하고 몰염치한 행태 때문만은 아니다. '국회의원태권도연맹'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 등 요상한 이름의 의원단체들이 난립해 국위선양 운운하며 혈세를 좀먹는 사례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예산지급 규정에 위배돼 지원이 어렵게 되자 그 규정을 아예 삭제하는 수법 정도가 새로운 작태였다.

▦ 혀를 차게 만든 것은 의원들의 불투명한 의정활동을 감싸는 대가로 그들 뒤에 숨어 호가호위하는 사무처의 갑질이었다. 참여연대의 국회 특활비 정보공개 청구소송 1ㆍ2심에서 패하고도 "사용내역을 공개하면 고도의 정치적 행위가 노출돼 궁극적으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상고해 실소를 자아냈던 그 집단 말이다. 사무처는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가 2016년 하반기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라며 낸 소송에서도 줄곧 "상세 내용이 공개되면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을 낳을 수 있다"며 비밀주의를 고수하다 망신만 샀다.

▦ 한심한 것은 어떤 기준과 근거로 특활비 규모와 배분이 결정되는지에 대해 사무처가 모르쇠로 일관한 점이다. 치부가 드러날까 봐 공개를 꺼리는 의원들의 입장을 배려한 것이겠으나 '누이좋고 매부좋은 공범의식'이 더 큰 이유 같았다. PD수첩 측이 국회 입장을 듣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하자 "사람이 없다"며 고압적으로 거절한 태도나 운영위 회의실 촬영 요청마저 거부한 행태는 사무처가 개혁의 사각지대임을 단적으로 보여 줬다. 한솥밥을 먹어 온 운영위가 유일한 상전이었고 감사도 겉치레에 그쳤으니 언론은 안중에도 없을 법하다.

▦ 최근 취임한 문희상 국회의장은 "대명천지에 깜깜이돈 쌈짓돈이 있어선 절대 안 된다"며 특활비 구조와 관행의 전면 개혁 의지를 밝히면서도 "국회 특활비 규모는 국가기관 전체 특활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해 의구심을 남겼다. 유인태 신임 사무총장도 '국회 먼저'보다 행정부까지 함께 고민할 일이라는 식으로 비켜 섰다. 인심 쓰듯 특활비 등을 집행해 온 사무처부터 메스를 대야 하는 시점인데도 말이다. 최근 특활비 전면 폐지법을 제안한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어제 황망하게 세상을 등졌다. 한평생 진보정치를 위해 헌신한 그의 열정적 삶을 생각하며 삼가 애도를 표한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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