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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간장회사 빅5 모두 자발적 NON-GMO 표시”

입력
2018.07.28 09: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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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간장 GMO 표시 전혀 없어

소비자들 불안감 커질 수 밖에

일상에서 GMO식품 생각보다 많아

그런 사실 널리 알리는 게 중요

“현재 일본이나 한국의 소비자들은 GMO 식품을 먹고 싶지 않아도 자신도 모르게 섭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일본은 유전자조작식품(GMO) 원료가 들어 있지 않는 식품은 ‘NON-GMO’라고 표시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GMO의 존재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일본 정도의 정보도 제공 받지 못하더군요. NON-GMO 표시 조차 없으니 GMO 존재 자체를 모를 수 있고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작권 한국일보]고케쓰 미치요 일본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이 1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GMO 표시제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박상준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고케쓰 미치요 일본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이 1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GMO 표시제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박상준기자

고케쓰 미치요(纐纈美千世·49) 일본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1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 소비자들은 GMO에 대한 기본적 정보조차 제공 받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1969년 창립한 일본소비자연맹은 일본의 대표적 특별비영리활동법인(NPO)으로, 1970년대 합성세제, 화장품의 표시제도를 비롯해 소비자 알 권리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이날 열린 ‘소비자알권리와 GMO표시제 한미일 국제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한국의 GMO표시제 현황에 대해 알고 있나.

“어제(18일) 한국에 와서 식품점을 들렀다. 일본에서 직접 수입해 파는 간장에 한글로 ‘유전자 조작 물질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글귀가 있었다. 일본에서는 대다수 간장이 GMO가 아니면 NON-GMO로 표기를 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서 만든 간장에는 어디서도 그 GMO 관련 표기를 볼 수 없었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2001년부터 GMO 표시제가 시행됐다고 들었다. NON-GMO 표시도 그때부터 시작된 것인가.

“1996년 GMO 식품 수입이 시작됐다. 정부는 표시제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소비자들은 GMO 표시를 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그리고 큰 소비자 운동이 있었고, 5년 뒤인 2001년 지금의 표시제가 만들어졌다. 물론 비의도적 혼입 비율 5%까지 NON-GMO 표시를 쓸 수 있게 한 것은 너무 느슨하지 않냐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처럼 NON-GMO 표기를 위한 비의도적 혼입 허용 수치가 0%인 것도 소비자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럽처럼 GMO가 들어가 있으면 예외 없이 표시해야 하는 완전 표시제를 실시한다면 (NON-GMO) 비의도적 혼입 허용치가 낮아도(0.9%)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일본이나 한국은 GMO에는 너무 관대하고, GMO가 아닌 것에는 너무 가차 없다. 현재 일본 소비자청은 NON-GMO 허용치를 한국처럼 0%로 낮추려 하고 있고 소비자 단체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그렇지만 일본 식품 관련 회사들도 대체로 GMO 관련 정보 미공개를 원하지 않나.

“맞다. 대다수 기업은 GMO를 사용했다는 것을 알리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으리라 생각한다. GMO 표기를 하면 제품 가격이 올라 소비자들에게 불이익이 갈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한 번도 이를 뒷받침할만한 데이터를 제시한 적은 없다.

반대로 일본 간장 회사들의 사례는 GMO 표기가 기업들에게 꼭 손해가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간장은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재료고 매일 먹기 때문에 중요하다. 일본의 소비자 단체들이 간장 회사에 GMO 관련 정보를 알고 싶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간장은 표시 의무 대상이 아니라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처음 한 회사가 간장에 ‘GMO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NON-GMO’ 표시를 하기 시작했다. 다들 이런 표시를 하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다른 회사들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일본 간장시장의 점유율 60%가량을 차지하는 5개 대형 회사 모두 NON-GMO 표시를 자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나머지 회사들도 표시 여부를 고민 중이다.

간장회사들에 의무도 아닌데 왜 이런 표시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소비자들이 원해서’라는 답을 들었다. 이후 간장회사에 연락할 일이 있을 때마다 ‘GMO 식품을 먹고 싶어 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꼭 한다. 작은 것이지만 소비자 요구에 부응해 준 기업에 감사의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기업들이 계속 GMO가 아닌 대두를 써 간장을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일본소비자연맹이 만들어 일반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GMO 안내책자. 샐러드유, 레몬음료, 컵라면, 아이스크림, 과자 등 일상 생활에서 자주 쓰는 식품 안에도 GMO가 들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일본소비자연맹 제공
일본소비자연맹이 만들어 일반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GMO 안내책자. 샐러드유, 레몬음료, 컵라면, 아이스크림, 과자 등 일상 생활에서 자주 쓰는 식품 안에도 GMO가 들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일본소비자연맹 제공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일상에서 우리가 섭취하는 식품 중 GMO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GMO를 피하기 위한 체크시트’라는 안내 자료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슈퍼마켓에서 파는 식품을 일러스트로 그리고 식품의 뒷면 표시 부분을 함께 적은 다음 원료 속에 GMO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은 빨간색으로 표시해 ‘실은 이런 식품에도 GMO 원료가 쓰이고 있다’며 알기 쉽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 먹거리에 대한 부모의 관심이 크기 때문에 ‘체크시트. 어린이 먹거리편’을 따로 만들었고 호응이 상당히 좋았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한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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