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는 단어나 어간에 문법적인 기능을 가진 조사나 어미 등의 요소가 결합하는 교착어(膠着語)이기 때문에 각 단어가 문장 내에서 문법적인 기능을 명확하게 수행한다. 예를 들어 ‘수지는 아름다운 눈을 가지고 있다’라는 문장에서 ‘수지’라는 명사에 주격 조사 ‘는’이 결합해 주어의 기능을 수행하고, ‘아름답-’이라는 어간에 어미 ‘은’이 결합해 관형어의 기능을 수행하며 ‘눈’이라는 명사에 목적격 조사 ‘을’이 결합해 목적어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처럼 한국어는 각 단어들에 문법적인 기능을 가진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어 단어의 어순이 바뀌어도 문장의 의미가 유지되는 특징이 있다. 즉 ‘아름다운 눈을 가지고 있다, 수지는’, ‘수지는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눈을’처럼 주어나 목적어를 뒤로 도치시켜도 문장의 의미가 유지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의미가 더 강조되는 효과를 나타낸다.

한편 영어를 비롯한 인도·유럽어족의 언어들은 조사가 없이 어미의 변화를 통해 단어가 문장 속에서 가지는 관계를 나타내는 굴절어(屈折語)이기 때문에 단어의 어순이 바뀌면 문장의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Suji has beautiful eyes’라는 문장에는 교착어의 특징인 조사가 없어 주어인 ‘Suji’와 목적어인 ‘beautiful eyes’의 위치가 바뀔 경우 ‘Beautiful eyes has Suji’처럼 문장의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이처럼 한국어는 영어에 비해 어순이 자유로운 편이지만 그래도 어순의 제약을 받는다. ‘예쁜 눈을’에서 ‘예쁜’은 수식어이기 때문에 피수식어인 ‘눈을’ 앞에 와야 하고 ‘매우 열심히’에서 정도 부사인 ‘매우’는 성상 부사인 ‘열심히’ 앞에 와야 하는 것 등이 그러하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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