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보도ㆍ유엔 회견 지렛대 활용
집단탈북 여종업원 송환 再요구
“이산상봉 장애 생길 수도” 경고
진상 조사ㆍ책임자 처벌 촉구도
선전ㆍ관영매체 동원해 再쟁점화
의혹 제기 민변에 “촛불 대변” 칭찬
1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전국탈북민인권연대 회원들이 탈북 여종업원의 북송 반대를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회견에서 참석자들은 탈북 여종업원에 대한 북송 움직임은 '음모'라 주장하며, 탈북민의 북송 절대불가 약속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남한 사회의 박근혜 정권 적폐 청산 요구가 북한 대남 협상력 강화의 지렛대로 활용되고 있다. 총선용으로 여권이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온 2년 전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이 유엔과 남측 언론에 의해 최근 다시 부상하자, 북한이 이에 편승하고 나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1일 ‘감출 수 없는 강제 유인 납치 범죄의 진상’이라는 제목의 개인 필명 논평에서 “말끝마다 과거의 적폐를 청산한다고 떠들며 도처에 수술칼을 들이대는 남조선 당국이 무엇 때문에 박근혜 정권이 꾸며낸 기획 탈북 사건에 대해서만은 손대는 것을 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남의 귀한 딸자식들을 몇 해째 부모와 강제로 갈라놓고도 ‘이산가족의 아픔’이니, ‘인도주의 문제 해결’이니, ‘남북관계 발전’이니 하고 떠들어대는 남조선 당국의 표리부동한 행태에 환멸을 금할 수 없다”고도 했다. “최근 남조선에서 박근혜 패당이 정보원을 내세워 우리 여성 종업원들을 집단적으로 강제 유인 납치한 특대형 범죄의 내막이 (유엔 인권기구 관계자의 기자회견, 종업원들과 함께 탈북한 식당 지배인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다시금 폭로되었다”면서다.

이어 신문은 “남조선 당국은 박근혜 보수정권이 감행한 반인륜적 범죄 행위들에 대해 늦게나마 시인하고 사건의 진상에 대해 엄격히 조사하며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련희 여성을 비롯하여 강제 억류하고 있는 우리 여성 공민들을 공화국의 품으로 즉시 돌려보내는 것으로써 판문점선언 이행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며 이 사안에 대한 남한 당국의 태도가 “북남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나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 여성 공민들의 송환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지 않으면 일정에 오른 북남 사이의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은 물론 북남관계의 앞길에도 장애가 조성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한편, “우리는 향후 남조선 당국의 태도를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은 지난달 22일 적십자회담을 열어 8월 20~26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대내용 매체뿐 아니다. 대외용인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인도주의 문제 해결 의지는 위선인가’ 제하 논평에서 “우리 여성 공민들의 송환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초미의 문제”라며 “생색이나 내는 식으로 골라가며 하는 것이 판문점선언 이행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통신은 종업원들을 즉시 돌려보내라고 거듭 요구하면서 “그에 대한 태도 문제는 남조선 당국의 북남관계 개선 의지를 가늠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에는 ‘우리민족끼리’와 ‘메아리’ 등 대외 선전용 매체들이 이날 관영 매체 논평과 같은 내용의 글을 먼저 실어 불을 댕겼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7월 21일자 6면. 노동신문 지면 캡처

중국 류경식당에서 일하다 2016년 4월 20대 총선 직전 집단 탈북한 북한 국적 여종업원 12명의 북송은 북한이 줄곧 요구해 온 일이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올 초를 기점으로 해당 사안의 공개 언급을 자제해 왔다.

북한이 이 문제를 다시 쟁점화하기 시작한 건 “국가정보원 직원 요구로 종업원들을 협박해 함께 탈북했다”는 식당 지배인 허강일씨 주장을 종합편성채널 방송인 JTBC가 보도한 5월 10일 직후다. 같은 달 19일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탈북 종업원 송환을 촉구한 데 이어, 30일 스위스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가 종업원 송환을 위한 유엔 인권기구의 조치를 요구하는 공보문을 내며 호응했다.

이후 이달 2일 방한, 일부 종업원을 면담한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10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종업원 중 일부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로 한국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고 소개했고, 닷새 뒤에는 지배인 허씨가 JTBC에 이어 연합뉴스에 “동남아시아에 식당을 차려주겠다는 국정원 약속을 믿고 한국에 들어왔다”고 다시 폭로했다.

의심 기류가 확대되자 “국정원이 집단 탈북을 기획했다”며 5월 이병호 전 국정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가세했다. 민변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 탈북 의혹 사건 대응 태스크포스(TF)’가 17일 담당 검사를 만나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줄 것을 촉구했다.

아무리 남북관계 성과가 아쉬운 북한이라도 이렇게 남측에서 분 바람을 좌시하기는 힘들었으리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오히려 이를 활용해 협상력을 키우고, 나아가 북한 인권의 의제화를 차단하기 위한 대응 이슈로 적극 부각시키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상당하다(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노동신문이 ‘초불(촛불) 민심을 대변한 활동’ 제하 정세론 해설을 통해 “보수 패당에 의해 강제 납치된 김련희와 12명의 우리 여성 종업원들의 송환을 위한 법적 투쟁도 완강히 벌리고 있다”며 민변을 칭찬한 것 역시 이런 선전전(戰)의 일환으로 해석 가능하다.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첫 공정”

한편 북한은 ‘조기 종전(終戰)선언’의 정당성을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작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긴장 완화와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의 첫 공정’ 제하 글에서 “첫걸음을 짚어야 다음 걸음도 내짚을 수 있듯이 조선반도(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첫 공정인 종전선언 채택이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조선전쟁(6ㆍ25전쟁)을 일으키고 전 기간 전쟁에 참가한 미국은 종전을 선언하는 데 마땅한 책임과 의무감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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