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이래 가장 무더운 7월 찜통더위를 피해 피서객들이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전혜원 기자

‘한반도 열돔’ 현상으로 연일 한증막을 방불케 하는 불볕더위다. 지난 22일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8도로 1994년 이후 7월 기온으로 가장 높았다. 낮에 외출하기도 두렵다. 올 들어 1,04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10명이 목숨을 잃었다(질병관리본부 집계). 열탈진(땀을 많이 흘려 염분과 수분 손실이 많아 발생)이 가장 많았고, 열사병(고온ㆍ다습한 환경에 노출될 때 체온조절기능 이상으로 발생), 열경련(땀을 많이 흘린 후 물만 보충해 염분이 부족해 발생) 등이 뒤를 이었다.

폭염에 오래 노출되면 혈관이 넓혀져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기 위해 심장이 무리하게 활동하게 돼 혈압이 올라간다. 이 때문에 폭염이 계속될 때 ‘소리 없는 불청객’ 뇌졸중이나 급성 심정지 등 심혈관질환이 많아진다. 고혈압, 당뇨병, 만성콩팥병 환자 등 만성질환자와 영ㆍ유아, 고령인은 한낮 외출을 삼가고 수분을 섭취하는 등 폭염에 대비해야 한다.

치료 안 하면 100% 사망하는 ‘열사병’

열사병은 고온ㆍ다습한 환경에 노출될 때 체온조절기능 이상으로 발생한다.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질환으로 다기관 손상 및 기능장애, 중추신경장애가 생긴다. 체온조절장애로 땀이 생기지 않고, 심부(深部)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간다.

열사병은 사망률이 매우 높아 치료를 하지 않으면 100% 사망하고, 치료해도 심부체온이 43도 이상이라면 80%, 43도 이하라면 40% 정도 목숨을 잃는다. 특히 혼수상태가 계속되면 예후(豫後)가 아주 좋지 않다.

신체가 비축한 수분과 염분을 모두 소비하면 땀이 배출되지 않아 체온이 올라갈 수 있다. 열사병은 갑자기 혹은 열탈진 후에 나타날 수 있다.

열사병의 주증상은 높은 체온(41도 이상)과 힘이 없거나 정신이 혼미하거나 혼란스럽거나 이상한 행동, 판단장애, 섬망(안절부절하고, 잠을 안자고, 소리 지르고, 주사기를 빼내는 행위, 환각, 초조함과 떨림 등이 자주 나타나는 것), 경련, 혼수 등이 나타난다. 피부가 뜨겁고 땀이 나지 않아 건조하며 붉고, 빠른 맥박, 두통 또는 어지럼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악화하면 의식을 잃고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오심(구역질) 구토 두통 헛소리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열사병이 생기면 즉시 치료해야 한다. 치료는 무엇보다 환자 체온을 빨리 낮춰야 한다. 환자를 서늘한 장소로 옮긴 뒤 환자의 옷을 벗기고 선풍기를 틀거나 찬물을 몸에 뿌려 체온을 낮춰준다. 환자가 의식을 잃지 않았다면 찬물을 조금씩 먹인다.

의식이 혼미하거나 의식을 잃기도 한다. 신속하게 행동해야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응급조치로 기도확보, 호흡확인, 순환확보가 됐다면, 정맥내주입선을 확보한 후 심부체온을 39도까지 떨어뜨려야 한다. 39도 이하로 체온을 낮추면 저체온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염분ㆍ수분 과다 손실로 발생하는 ‘열탈진’

열탈진은 땀을 많이 흘려 염분과 수분 손실이 많을 때 발생하는 고열장애(열중증)다. 땀으로 인한 염분과 체액 상실을 충분히 보충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말초혈액순환 부전으로 인한 혈관 신경의 조절장애, 심박출량 감소, 피부혈관 확장, 탈수 등이 주원인이다. 폭염이 심해 땀을 많이 흘릴 때 강도가 중등도 이상으로 작업을 하거나 운동할 때 주로 발생한다.

심한 땀, 심한 갈증, 차갑고 축축한 피부, 피로감, 현기증, 식욕 감퇴, 두통, 구역, 구토 등이 생긴다. 피로감은 항상 느끼지만 다른 증상은 항상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38도 이상 체온이 올라가는데 대개 38.9도를 넘지 않는다. 약한 맥박, 혈압은 정상이거나 저혈압, 헐떡거리거나 호흡이 빨라지고 시야가 흐려진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목숨을 잃게 하는 열사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자를 서늘한 장소에 옮겨 열을 식히고 쉬게 하고 염분과 수분을 보충하도록 한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는 “폭염특보 등 기상예보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탈수 예방을 위해 물 자주 마시기, 낮 시간대 활동 자제, 충분한 휴식, 모자와 밝고 헐렁한 옷 착용 등 폭염대비 건강수칙을 준수해달라”고 했다.

운동 강도, 평소보다 20% 정도 낮춰야

무엇보다 무더운 날씨에는 야외활동을 삼가야 한다. 실내에서는 너무 덥거나 춥지 않도록 냉방장치를 활용해 적절한 실내온도(26~28도)를 유지해야 한다. 옷은 가볍고 밝은 색깔의 옷, 헐렁한 옷을 입고 야외활동을 할 때 햇빛 화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모자와 선글라스,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해야 한다.

폭염주의보ㆍ경보가 발령되면 낮 12시~오후 5시에 야외에서 운동을 무리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굳이 운동을 한다면 실내 수영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이 좋다. 아침저녁으로 조깅이나 걷기, 자전거 타기도 괜찮다.

신체가 적응할 수 있도록 운동하기 전 5~10분 정도 준비운동과 운동 후 근육을 풀어주는 마무리 운동을 꼭 하는 게 좋다. 탈수예방을 위해 갈증이 없더라도 충분한 양의 물을 섭취하고, 땀을 많이 흘렸으면 이온음료 등으로 염분ㆍ미네랄을 보충해야 한다.

박정우 을지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여름철 덥고 습한 바깥에서 운동하다가 체온이 오르고 심박수가 빨리 늘어나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며 “햇볕이 뜨겁지 않은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운동하는 게 좋고 운동 강도는 평소보다 20% 정도 낮춰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건강한 여름나기. 질병관리본부 제공
[폭염 예방 5대 수칙] (질병관리본부)

①폭염 시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수분을 섭취한다. 어지러움, 두통, 메스꺼움 등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작업을 즉시 중단하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한다.

②폭염 주의보ㆍ경보가 발령되면 가능한 위험시간대(12~17시) 활동을 줄인다. 활동이 불가피하면 챙 넓은 모자, 밝고 헐렁한 옷 등을 착용하면 온열질환 예방에 도움될 수 있다.

③폭염 시 술이나 다량의 카페인 음료를 마신 후 작업하면 위험하다. 심혈관질환, 당뇨병, 뇌졸중 등이 있다면 폭염에 더 취약하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④일사병ㆍ열사병 등 온열질환이 발생하면 즉시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옷을 풀고 시원한(너무 차갑지 않은) 물수건으로 닦아 체온을 내리고 의료기관에 보낸다.

⑤환자에게 수분보충은 도움되지만 의식이 없다면 질식 위험이 있으므로 음료수를 억지로 먹이지 말고 신속히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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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열 질환과 주요 증상] (질병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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