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인재가 핵심… ‘전준한 학교’ 설립해 후진 양성하는 게 꿈”

알림

"인재가 핵심… ‘전준한 학교’ 설립해 후진 양성하는 게 꿈”

입력
2018.07.23 21:00
9면
0 0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 절실

경쟁력에 스토리도 갖춰야…”

상금 1000만원 전액 기부키로

제1회 전준한 사회적경제 대상 수상자 강대성 (사)굿피플인터내셔널 상임이사.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제1회 전준한 사회적경제 대상 수상자 강대성 (사)굿피플인터내셔널 상임이사.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사회적경제가 주목 받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이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서로 협동하고 따뜻한 사회적가치를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랍니다.”

제1회 전준한 사회적경제 대상을 수상한 강대성(60) 사단법인 굿피플인터내셔널 상임이사는 “사회적경제 발전에 기여한 사람이 많은데 이런 큰 상을 받게 돼 기쁘고, 우연히 만난 사회적경제가 오늘은 운명처럼 느껴진다"고 피력했다.

굿피플인터내셔널은 내 운명

강 이사는 2011년 7월 SK그룹 계열사에 사무용품 등 소모성 자재 등을 공급하던 MRO코리아(MROK)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사회적경제와 인연을 맺었다. 취임 직후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MROK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강 이사는 직후 구체적인 사회적기업 전환 로드맵을 수립하고 그 해 8월 구체적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이듬해 3월엔 사명도 ‘행복나래’로 바꿨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무엇보다 대기업이 계열사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다는데 대한 사회적 여론이 싸늘했다. 하지만 사회적경제에 대해 관심이 컸던 최 회장의 의지가 확고했고, 강 이사도 하나하나 로드맵을 추진했다.

그는 “사회적경제에 대기업이 진출하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며 “우선은 대기업 오너 일가의 편법적 사업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거두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쉽지 않았다. 행복나래는 2012년 정부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신청했지만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행복나래는 이익의 100%를 사회에 환원하고,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지 않는 조건 등을 내세워 2013년 7월에야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인증을 획득했다. 강 이사는 "부적합 판정 원인을 찾고 고용노동부 육성전문위원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보완책을 찾았다"고 말했다.

강 이사는 직원들을 사회적기업에서 일일근무토록 해 현장을 익히고 사회적기업가 마인드를 고취시키는 한편, 연 2회 이상 사회적기업가들을 초청해 현장간담회를 가졌다. 또 직원들의 사회적기업 방문활동 보고서를 검토하고, 일일이 코멘트를 달아 추진과정을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사회적기업가로 성장하는 모습도 지켜봤다.

그는 “행복나래와 거래하는 사회적기업은 단순 지원보다는 판로 확장에 도움이 됐다”며 “정부 보조금만 바라보고 등장한 유령 사회적기업도 많았기 때문에 이들의 진정성을 파악하고 추리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행복나래 정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동반성장 페이백'. 행복나래와 거래하는 영세 사회적기업에 매출 이익금의 일부를 돌려주는 제도다. 그는 "매출이 적은 사회적기업들에게 행복나래의 이익금 일부를 목돈 형식으로 돌려줬다"며 “사회적기업은 돌려받은 이익금으로 마케팅이나 연구개발에 투자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이 등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가 예로 든 ‘재능기부 플랫폼 사회적협동조합 SE바람’은 퇴직한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사회적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2016년 11월 설립해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SE바람은 역량 있는 대기업 은퇴자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강 이사는 “대기업 등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근무하다 은퇴한 능력 있는 사람들의 재능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SE바람에는 일선에서 은퇴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사회적기업가들을 육성하는데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 제품도 스토리 입혀야

강 이사는 사회적기업에도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건을 잘 만들더라도 어떻게 포장해 고객들에게 다가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에게는 많이 부족하다”며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정부 보조금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버려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또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회적기업이 꾸준히 한 우물을 파고 스스로 혁신하면서 경쟁력이 있는지도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3월 행복나래를 떠나 지난해 1월 국제구호개발 NGO굿피플인터내셔널의 상임이사 로 자리를 옮겼다. 굿피플인터내셔널은 가난이나 질병, 재난 등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는 사람들을 돌보고, 지역개발사업을 함께 진행한다. 이곳에서도 그는 직원들에게 사회적기업가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열심이다.

강 이사는 “사회적기업은 단순히 착하다는 이미지를 강조해선 안 된다”며 “시장경제 체제에서 가격과 제품의 경쟁력은 기본이고, 여기에 사람들이 주목할 수 있는 스토리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라고 재차 강조했다.

‘전준한 전문학교’ 설립 추진

강 이사는 상금 1,000만원 전액을 사회적경제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기부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전준한 선생은 당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 우리나라 사회적경제의 선구자"라며 "앞으로 ‘전준한 아카데미’ 같은 전문학교가 생겨 그 분의 정신을 기리고, 사회적기업가를 꿈꾸는 청년들이 공부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어떤 역할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